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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신용등급으로 정면돌파 나선 삼성물산

삼성그룹 회사채 발행 재개.. JY 구속 이후 현금상환 고수
남은 하반기 3000억 만기에 2019년까지 2조2400억 대기
현금성 자산은 1조4000억.. 결국 회사채 시장으로 복귀

우량 신용등급으로 정면돌파 나선 삼성물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오너 경영 공백기 이후 현금상환만 고집했던 삼성물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자취를 감춘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삼성물산이 사채 발행을 재개한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찍이 국내보다 해외 차입을 택했다. 업황 악화에 시달리는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이 사모채에 의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11월 3일 공모시장에서 회사채 3.5년물 2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1년만의 회사채 시장 복귀이다.

대규모 자금을 매년 회사채로 발행을 해오면서 '빅 이슈어'로 손꼽혔던 삼성물산이 회사채 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지난 2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고 오너리스크가 부각되면서다. 회사채 발행에 앞서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는 투자설명서도 부담 요소였다. 투자설명서에는 핵심 투자위험 등을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사채 차환을 하지 않고 현금으로 상환한 금액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77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아무리 현금이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수조원대에 달하는 물량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회사의 6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1조4000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남은 하반기에 3000억원, 2018년 9700억원, 2019년 9700억원의 회사채 만기물이 대기 중이다. 총 2조2400억원의 물량에 달한다.

이에 삼성물산은 AA+등급이라는 우량한 신용등급을 무기로 정면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데다 오너리스크까지 겹쳤다. 이에따라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달 26일 사모 1억달러(1139억원) 규모의 외화표시채를 발행했다.

작년 국내 사모채 발행을 개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1년 만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올해 3월과 4월 만기가 돌아온 사모채 800억원어치는 모두 현금 상환했다.

앞서 3월에도 3000만달러(341억원) 규모의 외화표시채를 찍었다. 해외사채는 모두 일본 금융사가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금리는 2% 중반대에서 결정됐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에서 사채차환을 중단한 데는 오너리스크가 커진 영향도 무시못할 것"이라며 "또 국내보다 일본 기관투자자가 더 바이오 투자에 적극적인만큼 유리한 금리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업황 악화로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회사채 발행을 수년 만에 재개했지만 사모채를 고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2월을 끝으로 조달을 멈췄던 회사채 발행을 29개월만인 7월 재개했다. 7월과 8월 총 1420억원어치의 사모채를 찍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2014년 12월 이후 29개월만인 올해 5월 사모채 발행을 재개했다. 5월부터 8월까지 201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한편 호텔신라는 5월 그룹 수장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대박 흥행을 이어가기도 했다.

회사는 총 25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도 이겨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그룹 내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시장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회사는 내년 2월 2000억원의 만기 회사채가 대기중 이다.
AA라는 비교적 우량한 등급으로 회사채 차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드보복의 일환으로 중국의 방한 금지 제재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시내면세점 경쟁 등으로 인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커진 점이 변수다. 이미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호텔신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