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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사각지대 놓인 근대건축물, 무방비로 헐리고 관리 안 돼

지난 5월 30일, 인천 중구청은 관광시설 공용주차장 조성을 위해 건축물 철거에 들어갔다. 구청이 매입한 부지에는 1912년 설립된 비누공장 ‘애경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공장 건물은 주차장 증축 사업을 위해 철거되었고, 결국 초기 산업사를 살펴볼 수 있는 건축물이 문화재로써의 가치조사조차 받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문화재 보호에 전력을 쏟아야 할 문화재청이 언론보도 이후에야 해당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비례대표)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보면, 문화재청은 “보도 이후 전문가를 파견하여 현장조사를 실시케 했으나 이미 건물 대부분이 철거된 뒤라 정확한 가치평가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구청의 부지 매입 후 3개월가량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문화재청은 사태 파악도 없이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문화재청은 근대문화유산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으나 전국 상당수 근대건축물.시설물이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 제도를 시행한 이래 15년이 지났음에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천 조일양조장(1919년 설립, 2012년 철거), 동방극장(1941년 설립, 2015년 철거) 등이 주차장 부지 확보 등을 이유로 철거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애경사’ 사태 이후 전국 시.도에 관내 근현대 건축물 기초 현황조사 및 가치평가 등을 요구했으나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이와 같은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장 의원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근대건축물 및 시설물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시.도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현황파악 후 신속한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어렵다면 인천.군산 등 개항장 지역을 중심으로 전수조사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라 지적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