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모티브…곳곳에 상징 코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롤러코스터 탄 기분들것"
영화 '마더!'
【 부산=조윤주 기자】 '블랙스완' '노아' 등 전작에서 인간의 내면을 날카롭게 파고들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마더!'는 전작에 비해 종교적 색채가 짙은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마더!'는 이번 영화제 최고 화제작으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가장 극단적인 영화'라는 평가대로 광기와 파국으로 가득하다.
불에 타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 이어 한 남성이 주먹만한 보석을 어디에 꽂자 화마가 쓸고 간 집터가 새롭게 구성되는 첫 장면부터 관객들을 극 속으로 강하게 끌어들인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평온한 삶을 이어가던 남편(하비에르 바르뎀)과 아내(제니퍼 로렌스)의 평화는 낯선 이들의 등장으로 흔들린다. 낯선 이들이 불편한 아내, 이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환대하는 남편, 계속되는 손님들의 방문과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은 부부의 삶을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다.
음악이 없어 더욱 스산하고 음울한 극 속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은 그저 이상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남편과 손님의 태도는 감독의 의도에 대한 불신을 넘어 심각한 불편으로 다가온다.
'마더!'는 성경의 창세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영화 촬영 세트장에서 '6번째 날'(성경의 세상을 창조한지 6일째 되는 날)로 불렀을 정도로 영화 곳곳에 성경적 상징이 숨어있는데 이를 잘 모르고는 영화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지구의 시작과 끝, 남자와 여자의 탄생, 부패, 인구 과잉, 종교의 탄생 등 여러가지 기호가 복합적으로 섞였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 우동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마더!' 기자간담회에서 "인간 자체와 전 인류에 관심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궁금증을 갖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는 과정부터 영화 작업을 시작한다"며 "롤로코스터를 탄 것처럼 영화를 본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이 남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로 강렬하고 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품고 있다. 낯선 사람의 침입이 주는 공포, 창조주와 돌보는 사람의 동거, 대자연 등을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감독으로부터 '경이롭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한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에드 해리스, 미셸 파이퍼 등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에 거장다운 작품성은 말할 나위 없으나, 극도의 잔인한 장면과 비틀어진 창세기 내용은 대중적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개봉은 19일.
yjjo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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