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 공연장에서 '삼성' 이름이 빠진다.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 이후 삼성 그룹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위축된 여파로 분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블루스퀘어의 운영법인인 인터파크씨어터는 블루스퀘어 홈페이지에 오는 19일부터 공연장 이름이 '삼성전자홀'에서 '인터파크홀'로, '삼성카드홀'에서 '아이마켓홀'로 변경된다고 공지했다.
인터파크씨어터는 블루스퀘어 개관을 앞둔 지난 2011년 10월, 향후 5년간 뮤지컬홀과 콘서트홀 명칭을 각각 삼성전자홀과 삼성카드홀로 사용하는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당시 재계는 스폰서십을 통한 후원 액수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측했다. 문화계는 삼성과 인터파크씨어터의 스폰서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연장은 대규모 후원 자금을 확보하고 기업은 약정 기간 동안 자사 이름의 노출을 극대화하는 '윈윈'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삼성 그룹이 '메세나' 활동을 줄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메세나란 기업이 문화예술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화예술이나 스포츠계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최씨·정유라씨 모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삼성미술관 리움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오너 일가가 운영에 손을 떼는 동시에 올해 예정된 기획전을 모두 취소했다. 지난 3월 초 이 부회장의 어머니 홍라희씨는 '일신상의 이유'로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직을 사퇴했으며 홍씨의 여동생 홍라영 총괄 부관장도 사표를 냈다. 현재 리움은 소장품을 바탕으로 상설전만 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삼성카드 측은 "계약 만료에 따라 네이밍 스폰서십을 종료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말쯤 네이밍 스폰서십 5년 계약이 종료됐는데 1년 정도 연장하다가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회공헌 '큰 손'으로 불리는 삼성 그룹은 그동안 문화예술계의 든든한 뒷받침 역할을 했다. 삼성 그룹이 한 해 동안 집행하는 메세나 예산은 1000억원이 넘는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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