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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토머스, 한국 골프팬들 앞에서 화려한 '골프쇼' 펼쳐..CJ컵 첫날 9언더파 선두

저스틴 토머스, 한국 골프팬들 앞에서 화려한 '골프쇼' 펼쳐..CJ컵 첫날 9언더파 선두
저스틴 토머스
서귀포(제주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저스틴 토머스(미국)가 화려한 '골프쇼'를 펼치면서 한국 골프팬들을 매료시켰다.

19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파72·7196야드)에서 개막한 국내 첫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인 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25만달러) 1라운드에서다. 토머스는 이날 한국의 배상문(31), 팻 페레즈(미국)와 한 조로 8시30분에 10번홀에서 티샷을 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대회장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샷을 보기 위해 몰려든 갤러리로 북새통을 이뤘다.

토머스는 첫 번째홀인 10번홀(파4)에서 그린 미스로 보기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액땜에 불과했다. 11번홀(파4)을 파로 마친 토머스는 12번홀(파5)부터 우승 킬러로서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홀에서 두 번째샷을 핀 3.5m 지점에 떨궈 가볍게 이글을 잡아낸 토머스는 14번홀(파4)부터 18번홀(파5)까지 5개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아 6타를 더 줄여 전반에만 7언더파를 몰아쳤다.

그런데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그 과정이 장난이 아니었다. 353야드 짜리 14번홀에서는 원온에 성공해 아쉽게 이글은 놓쳤으나 손쉽게 버디를 잡았다. 이어진 15번과 16번홀(이상 파4)에서의 버디는 더욱 극적이었다. 두 홀 모두 레귤러온에 실패해 누가 봐도 분명 위기였다. 하지만 15번홀에서는 만만치 않은 내리막 경사에서 로브샷으로, 16번홀에서는 약간 오르막 경사에서 범프앤런샷으로 각각 버디를 잡아냈다. 갤러리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568야드 짜리 18번홀에서는 티샷을 142야드 지점에 보낸 뒤 두 번째샷을 피칭웨지를 잡고 핀 80cm 지점에 떨궈 이글로 연결했다.

1라운드만 놓고 본다면 토머스의 경기는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을 통해 마련한 전략에 따라 마치 로봇처럼 움직였다. 4개의 파5홀은 모두 투온을 노렸다. 파4홀 중에서도 비교적 짧게 세팅된 14번홀과 8번홀(353야드)에서는 원온을 시도했다. 다시말해 장타가 필요한 홀에서는 몸이 스프링처럼 튕겨 나갈 정도로 힘을 썼다.

그렇다고 장타만 치는 것이 아니었다. 쇼트 게임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정확했다. 그러니 설령 레귤러온에 실패하더라도 전혀 걱정하지 않은 눈치였다.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후반에 보기 1개에 버디 3개를 잡아 2타를 더 줄인 토머스는 9언더파 63타로 단독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날씨의 도움도 있었다. 이날 대회장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을 정도로 화창한 가을 날씨였다. 그야말로 토머스가 '닥공' 플레이를 펼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격적 플레이로 많은 타수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코스가 쉬워서도, 컨디션이 좋아서도 아니다. 바람이 많이 도와줬다"면서 "13번홀과 18번홀은 특히 바람의 도움이 컸다. 남은 3일간 플레이 성향도 날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동반 플레이를 펼친 배상문은 "장타자는 어떤 코스를 막론하고 유리하다"며 "토머스는 드라이버샷을 멀리 치면서도 원하는 지점에다 보냈다. 한 마디로 볼을 가지고 놀 정도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참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오늘 1언더파로 끝낸 것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조만간 예전의 모습, 아니 예전보다 더 잘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상문은 이날 보기 3개에 버디 4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17명이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서는 김민휘(25)가 가장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PGA투어 시드권 자격으로 출전한 김민휘는 보기를 2개 범했으나 이글과 버디를 2개씩 잡아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맏형' 최경주(47·SK텔레콤)는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4개를 잡아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19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