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을 향해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살아가면서 장래희망이 바뀌기도 하고, 현실에 부딪혀 생각지 않았던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태반이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연예인들도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게 아니다. 역경과 위기를 인내하고 이겨내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스타들이 훨씬 더 많다.
무엇보다 어려운 건, 현실을 내던지고 잃어버린 꿈을 향해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감히 누가 이런 생각을 하겠는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며 공무원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청년들이 수도 없이 많은 세상이다. 그 가운데, 사업을 하다 가수의 길에 들어선 중년 남성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트로트가수 이재훈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잘 불러 동네 어른들의 칭찬과 관심을 한몸에 받던 소년이었다.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고, 살다 보니 결혼도 일찍 하게 됐다. 이른 나이에 집안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이재훈은 운송 사업 등 다양한 일을 하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 우뚝 섰다.
그런데 어떤 일을 해도 마음 한켠에는 가수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게 가장 행복했던 그에게 가수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었다. 어느날 문득, 못다한 꿈을 이루겠다는 결심을 했다. 비록 늦은 나이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시민가요제에 나가 덜컥 대상을 거머쥐면서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5년 전인 2012년에 이재훈은 데뷔했다. 비록 가수가 되긴 했지만 무대에 서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주로 봉사 차원에서 노래를 불렀다. 요양원이나 자치단체 등에서 3~4년 동안 꾸준히 노래 봉사를 하고, 자작곡으로 행사도 다녔다.
이제 6년차 가수지만, 아직 인지도는 많이 없다. 그만큼 얼굴을 알릴 기회가 적었던 게 사실.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출연했지만, 소속사도 없고 나이도 많은 신인가수라 출연료는커녕 직접 돈을 내고 출연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지출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생활은 아무래도 좀 어렵죠. 작년부터 페이 있는 행사들을 좀 다니고 있어요. 그 전에는 주로 봉사를 다녔고요. 제가 벌이가 많이 없어서 지금은 아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미안하고 고맙지요."무명가수들의 생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너 나 할 거 없이 진짜 월 100만원의 수입이 안되는 가수가 부지기수예요. 저만 힘든 게 아니거든요. 그래도 노래를 좋아하니까 버릴 수 없어요. 가수들은 다 힘들기 때문에 우는 소리를 할 수 없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나훈아의 노래를 좋아했다. 시원한 창법과 발성이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모창보다는 자신 만의 창법으로 그의 노래를 불렀다. 이재훈은 직접 만든 곡으로 2천여 만원을 들여 음반도 냈다.
"총 세 번을 냈는데 처음엔 실패해서 두 번째 낸 음반을 1집으로 치고 있어요. 이번에 2집을 냈는데 사기를 당했어요. 그래서 쓸 수가 없게 됐는데 많이 아쉽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훈은 팬클럽도 있는 어엿한 가수다. 행사에 한 번 가면 아주머니 팬들이 많이 생긴단다. 전국 팬클럽 회원들과 정모도 가진다. 회원들의 연령대는 40대에서 60대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서로 대화가 통해서 더욱 힘이 난다고 했다.
그에겐 아들이 둘 있다. 살갑게 응원하진 않아도, "열심히 해보라"며 묵묵히 지켜봐주는 아들들이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모아둔 돈을 써가며 가수 생활을 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아내와 자식들이 거세게 반대하지 않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이재훈은 가족에 대한 마음이 더 애틋하다.
그가 만든 노래 중엔 '그 여인' '내 고향 홍천' '추억의 첫사랑' '우리네 인생' 등이 있다. '그 여인'은 아내를 만났을 당시의 스토리를 떠올리며 쓴 곡인데, 다른 가수가 욕심을 내며 팔라는 제안도 했다. '내 고향 홍천'은 자신의 고향인 홍천을 생각하며 쓴 노래다. 때때로 홍천의 한우축제나 인삼축제 등에 초대돼 무대에 서기도 한다.
이재훈은 곡 작업에 대해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명 작곡가의 강의에 가서 많이 듣고 같이 배웠다"며 "틈나는대로 메모해뒀다가 생각나는 대로 쓴다.
곡마다 소요 시간은 다르다. 어떤 것은 30분 만에 만들고, 어떤 노래는 몇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힘든 점들도 많지만, 이재훈은 가수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며 웃었다.
"좋은 점이 너무 많아요. 제가 즐거운 일을 할 수 있고 남을 즐겁게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가서 박수도 나오게 해주고 그런 게 행복하더라고요."
그렇다면 노래를 부르면서 목표가 있을까.
"일단 열심히 좀 불러서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초대가수로 전국 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에 나가는 게 무명 가수들의 꿈이죠. 언젠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웃음)"
/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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