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學)의 시대가 가고, 습(習)의 시대가 왔다. 학은 배움을, 습은 익힘을 말한다. 이 두 단어가 합쳐진 것이 '학습'이다.
국내 스마트러닝 교육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현준 이카이스 대표와 전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두루 섭렵한 황태섭 구글 엔지니어. 죽마고우인 두 저자는 AI(인공지능)시대에 살아남는 인간의 조건으로 '습'을 꼽는다.
저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AI를 도구로 하는 미래에서는 이미 포화 단계인 배우는 것은 그 의미를 상실했다며, 배운 지식을 몸으로 체득한 '익힌 것'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정 계급만 책을 소유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덕분에 매일 전세계의 정보와 뉴스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다. 차고 넘치는 정보에서 어떤 것을 취사선택할 것인가가 핵심이 됐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웠던 지식의 상당 부분은 폐기된다. 즉, 수많은 정보 중 옥석을 가려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저자들이 "경험과 숙련을 바탕으로 한 내재적 지식 영역인 '습'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습'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습'이란 내게 익숙한 상태로,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몸과 마음에 이미 체득돼 있기 때문에 AI 시대에 꼭 필요한 창의성이나 직관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 이 책은 "창의성에서 발상의 중요성은 과대평가되는 반면 지식과 노력의 가치는 경시되고 있다"고 말한다. 창의성과 직관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은 기초적인 지식과 기술을 내것으로 만들어가는 '습'의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특히 인류의 수명이 길어지고 인공지능으로 직업의 대변혁이 예고된 만큼, 앞으로는 누구나 6개 이상의 직업을 바꾸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학습이 가능한, 약한 인공지능이 급속히 발전하면 동일 작업을 반복하는 서비스 직군이나 고소득 전문직이 우선적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의사도 인공지능을 공부해야 하고 기업가도 빅데이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