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무절임 /사진=fnDB
“와~ 이 하얀 단무지 진짜 맛있다. 스미마센 다꾸앙 모또 구다사이(すみません。たくあんもっとください)”
단풍이 아름답게 든 가을, 간단한 점심식사를 위해 일본 도쿄 치요다구에 위치한 뉴오타니 호텔의 일본 정식 식당을 찾았다. 식사에 맞춰 나온 하얀 무절임이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한입에 툴툴 털어 넣었다.
금새 한 접시를 비우고 더 먹고 싶어 열심히 번역기를 돌렸다. “무절임이 뭐지? 아, 다꾸앙!”
옹알거리는 수준의 일본어 덕분에 뭐든 더 시키려면 긴장을 먼저 하게된다.
“실례합니다. 여기 단무지 좀 더 주세요.” 그러자 점원이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곧 “아, 츠키다시(つきだし)”라고 혼잣말을 되뇌더니 총총 걸음으로 단무지를 가지러 간다.
일행 중 일본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 넌즈시 조언을 해준다. 일본, 특히 고급 일정식 식당에서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다꾸앙’이라는 표현이 실례라고.
‘불교풍속고금기’에 따르면 다꾸앙은 일본의 대선사인 다꾸앙 스님이 처음 만들어 스님의 법명대로 불리게 됐다. 일본 전국시대 전쟁에 참여한 승려들의 식사를 위해 고민하던 스님이 무짠지를 만들다 실수를 해서 다꾸앙이 개발 됐다는 유래가 있다. 가난했던 전쟁 통에 주먹밥과 같이 빨리 먹기 위해 후딱 만든 음식이란 것이다.
고급 일정식 식당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무절임을 다꾸앙이라 부르는 것은 그 가게를 모욕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차라리 ‘츠키다시(식당 등에서 먼저 내는 작은 요리)’를 더 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예의바른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더욱 친숙해진 단무지. 그 속에도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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