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먹거리② 라면과 우동은 면의 굵기로 구분하는게 아니다
이나니와 우동 긴자 사토요스케의 우동 요리 /사진=fnDB
“어? 면이 이렇게 얇은데 우동이야?”
제법 쌀쌀해진 도쿄의 날씨 덕에 갑자기 뜨끈한 국물의 우동이 먹고 싶어졌다. 점심 치고는 좀 늦은 오후 1시경. 주위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우동 사주세요”를 남발해 봤다. 일본 생활 5년차의 나름 베테랑 선배 한 분이 걸려들었다. 옷장 구석에 박혀있던 코트를 꺼내 입고 서둘러 선배와 약속한 긴자의 우동가게로 향했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경쾌한 목소리의 점원 안내를 받고 들어간 우동가게는 무려 7대째 이어지고 있는 ‘명인’ 가게였다.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 주문한 우동이 등장했다. “선배, 이거 우동 맞아요?” 평소 한국에서 먹던 우동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얇은 면발에 뜨악해 선배에게 물었다. 머뭇거리던 선배는 “우동가게니 우동이 맞겠지. 명인이 거짓말 하겠냐”고 얼버무린다.
한국에서는 보통 우동은 면이 두껍고 라면은 면이 얇은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상식. 우동과 라면은 면의 굵기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면에 들어있는 첨가물로 구분한다.
재팬로컬푸드협회에 따르면 우동면과 라면면은 둘 다 밀가루로 만들지만 간수(かんすい, 梘水)에서 차이가 있다. 우동은 밀가루, 소금, 물로 반죽해 만든다. 라면은 밀가루, 물, 간수로 만든다.
식품과학기술대사전은 “간수는 탄산칼륨과 탄산나트륨, 인삼염으로 돼 있고 이것을 사용함으로써 국수의 점탄성이 증가해 식감을 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서술했다.
라면의 면은 우동면과 다른 특유의 냄새와 색깔이 있다. 간수를 사용해 약간은 누런 빛깔과 특유의 냄새, 식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간수는 주로 중국 면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다. 라면의 기원이 1870년대 일본 요코하마 중화거리에서 시작됐다는 설과 잘 맞아 떨어진다.
한국에서 주로 인스턴트라면을 접했기에 라면하면 우선 기름에 튀겨진 면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라면은 원래 생면을 사용해 만든 국수 요리다. 최근에는 일본풍 라면가게가 한국에서도 강남과 홍대 등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탱탱하고 하얀 면발을 자랑하는 우동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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