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농수산물값 조사 결과 고춧가루 등 양념가격 상승
전체비용 감소 효과 없어
"배추랑 무 값이 많이 내렸는 데 왜 매번 김장 비용은 똑같은지 모르겠어요."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주부 한미숙씨(52)는 배추.무 값이 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장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김장 준비 비용이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6일 기준 이마트에서 파는 김장 재료 가격은 배추는 1망(3통)에 3570원, 다발무 1봉(5~6입)에 3980원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내렸다. 문제는 양념 재료였다.고춧가루는 화건(구워 말리는 방식)이 1kg에 2만9800원, 양건(햇볕에 말린 고추)은 800g에 4만3500원이었다. 액젓, 생강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김씨는 "매년 배추값이 떨어지면 고춧가루값이 오르고, 고춧가루값이 떨어지면 배추가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19개 지역의 전통시장 18개와 대형유통업체 27개를 대상으로 김장에 이용되는 농수산물 13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장 주재료인 배추는 20포기 기준, 전통시장이 5만5977원, 대형유통업체가 4만432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9.1%, 27.4% 하락했다. 무, 대파도 작황이 좋고 재배면적도 넓어 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35.0%, 12.3%내렸다. 그러나 김장비용은 거의 그대로다. aT가 김장에 이용되는 농수산물 13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배추 20포기 4인 가족 기준 김장비용은 전통시장은 22만5155원, 대형마트는 23만732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3%, 11.2%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전년대비 가격이 내리긴 했지만 배추와 무 등이 20%도 넘게 내린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는 양념 등 부자재 가격이 많이 오른 탓이다. 특히 지난 여름 폭염과 잦은 우천으로 작황이 좋지 못한 고춧가루와 생강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양념 재료로 대표적인 고춧가루의 경우 24일 기준 국산 상품 1kg가 3만605원으로, 1년 전인 1만8690원보다 63% 넘게 올랐다.
평년가격인 2만716원보다도 월등히 높다. 생강도 국산 상품 1kg 에 6842원으로 전년인 4544원에 비해 50% 올랐고 멸치액젓과 새우젓도 1kg 기준 각각 3999원, 1만8189원으로 평년 가격인 3871원과 1만6904원을 웃돌았다. aT 관계자는 "양념에 들어가는 부자재 값이 많이 올라 배추와 무 등 채소 가격 감소가 상쇄돼 전체 김장 비용이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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