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레고 모조품" 대놓고 드러내고 값은 10분의 1
레핀.레레 이름 다르지만 정품 시리즈 그대로 복제
작년 통관금지 지정에도 온라인 등서 버젓이 유통
레고 정품(왼쪽)과 중국의 레고 모조품 레핀(가운데), 레레. 중국 레고 모조품은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패키지, 로고 디자인도 레고 정품을 모방했다.
조립식 블록 장난감 마니아인 최모씨(28)는 최근 레핀사의 제품을 구매했다. 최씨는 "스타워즈 데스 스타, 배트맨 텀블러처럼 리셀링되거나 절판된 레고 시리즈의 모조품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모조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레고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 제품은 온라인 스토어 기준 62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이 시리즈를 모방한 레핀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 제품은 4만원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중국 '짝퉁(모조품)'의 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핀, 레레 등 중국산 '짝퉁 레고'가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오리지널 레고 제품의 10~20%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8월 14일부터 '짝퉁 레고' 제품이 통관금지 물품으로 지정됐지만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짝퉁 레고 제품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레고가 저작권료를 지불하거나 저작권을 갖고 있는 시리즈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제품을 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로고까지 레고와 유사하다.
업계 관계자는 "레핀이나 레레 등 레고 모조품의 로고를 보면 레고 브랜드와 매우 유사하다"면서 "짝퉁임에도 불구하고 '레고 복제품'임을 명확히 하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레고 시장을 뺏어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짝퉁 레고'는 마케팅에도 정품 레고를 정교하게 이용한다. 온라인 스토어에 버젓이 '레고 호환 가능'이라는 광고문구를 써놓은 경우도 있다. 소비자 김모씨(27)는 "짝퉁 레고는 정품 레고와 시리즈별 부품 호환이 가능하다는 광고를 많이 한다"면서 "그럼에도 몇몇 부품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아 한번에 3, 4개의 짝퉁 레고를 구입해 부족한 부품을 채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짝퉁은 레고와 같은 완구·문구류뿐 아니라 게임 등 전방위적으로 퍼져 있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기 온라인게임이 등장하면 바로 중국업체들이 짝퉁게임을 만들어서 서비스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게임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다.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이 개발하고 중국에서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이 게임을 모방한 짝퉁게임만도 수십종에 달한다.
박지원 넥슨 대표는 "중국에서 텐센트가 서비스하지 않는 던전앤파이터와 유사한 게임들은 모두 불법적 게임"이라며 "이 게임들은 우리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법적 대응을 통한 책임을 묻겠다"며 7개 중국 게임사와 5개 게임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글로벌 인기게임으로 부상한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 역시 20여종의 저작권 침해 게임물이 불법 서비스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블레이드앤소울', 웹젠의 '뮤온라인', 넷마블게임즈의 '스톤에이지', 위메이드의 '미르의전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등 중국 내에서 우리 게임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다수의 한국 게임들은 짝퉁게임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관세청이 발간한 '2016년 지식재산권 침해 단속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에서 적발한 지재권 침해물품은 9853건으로 전년(1만154건)보다 3.0% 감소했다. 하지만 중량으로는 9만788㎏으로 11.0%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완구·문구류가 중량 기준으로 전체의 24.8%를 차지해 적발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의류 및 직물(14.5%), 가방류(11.9%)가 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지재권 침해물품이 8607건으로, 전체 건수의 87.4%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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