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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랠리 부재+양도세 회피'에 개인 코스피서 2兆 순매도

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의 매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은 최근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2조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다. 연말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세로 인해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양도소득세 과세를 피하기 위한 매도 움직임이 코스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339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6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이 기간 순매도한 주식만 약 1조9732억원 어치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코스피가 연말임에도 상승 국면을 만들지 못하면서 개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연말에는 '산타 랠리'로 불리는 지수 상승 현상이 나타나지만, 올해는 실종된 것. 시장 매력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 폭도 커지고 있어 개인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2월 이후 긍정적인 펀더멘털(기초 체력) 요소가 나타나지 않아 전체적인 시장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팔자는 심리가 강해졌다"며 "미국의 경우 세제안 개편 등으로 지수가 좋지만, 상승 재료가 미국 내부 이슈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와의 동조화가 약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양도소득세 과세요건도 이유로 지목된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20%인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내년 1월부터 과표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25%로 인상된다. 2021년부터는 종목당 보유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대주주에 포함돼 범위가 한층 강화된다. 이에 '과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주식 비중 조절에 나서는 '슈퍼 개미'가 늘어나며 매도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개인 매도세는) 양도소득세 이슈도 큰 것으로 보인다"며 "양도소득세 이슈로 매각하는 개인이 나오고, 여기에 대한 부정적 대응이 겹치면서 매도폭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1월 이후 4·4분기 실적장이 시작되면서 코스피 상승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투자심리를 다시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 센터장은 "현재 증시 횡보는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상승 등 기업 비용 상승 요인으로 인한 수익성 기대 저하라는 우려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정보기술(IT) 업종 등에서 내년 1월 이후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발표 이후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도 "비트코인 등 투자자금 이탈로 인한 매도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매도가 멈추면 개인 투자자도 다시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