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000만 시대. 도마뱀.개구리.육지거북 등 희귀동물을 방 안에 들여놓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태원 한국양서파충류협회장(사진)은 반려동물로서 이들의 매력을 "깊은 교감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쿨한 관계'"라고 24일 설명했다.
파충류는 개나 고양이와 달리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꼬리를 흔드는 애교도 없다. 이처럼 적당한 거리를 가진 관계가 오히려 큰 감정소모를 원치 않는 현대인들의 취향과 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공간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덧붙여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양서.파충류 사육 1세대로 꼽힌다. 15년 전 불모지에 가까웠던 국내 양서.파충류 시장의 성장을 함께 해왔다. 어느덧 우리나라에 양서.파충류를 기르는 인구는 10만명 정도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업계의 발전 속도가 3년 전부터는 폭발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며 "아직 숫자로는 대단하지 않지만, 질적으로는 해외에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빠른 성장속도에도 불구하고 양서.파충류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기구는 국내에 전무했다. 이에 이 회장은 업계 초창기부터 함께 인연을 맺어온 다양한 생물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달 양서.파충류협회를 설립했다. 협회가 출범하자 업계 반응도 뜨거웠다. 이달 초 실시한 공청회에는 전국 양서.파충류 사업자와 전문가, 마니아 등이 몰렸다.
그동안 업계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창구가 없었기에 이날 공청회에서는 한바탕 성토의 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양서.파충류와 관련한 국내 법 규정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대부분 실무지식이 부족한 분들이 기준을 정하고 있어 현실적인 사육 상황과 어긋날 뿐 아니라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파충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 법 제정에 도움을 주고, 업계의 힘 있는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협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업계 내부에선 멸종위기종 사육시설을 등록하는 '사이테스 등록법'과 뱀.전갈 등을 반려주의동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파충류를 규제하는 법안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만들어져야 동물도,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동물 사육과 관련한 정보.자료를 얼마든지 제공할 용의가 있다"며 협회 문을 적극 두드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어 "대중들도 선입견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보면 양서.파충류의 새로운 매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인식 개선을 당부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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