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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새로운 길을 내다…김용화는 왜 신파를, 하정우는 왜 가족영화를 택했을까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이 개봉 6일 만에 관객 수 5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25일 자정 480만명ᆞ제작사 집계).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기존 기록들을 경신하며 한국영화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인생영화라며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 제작진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하는 관객도 많지만 어딘가 부족한 영화라며 흥행돌풍에 놀라움을 표하는 이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좋다며 엄지를 세우는 ‘호’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수이기는 하나 ‘불호’를 표현하는 평가들이 “그렇다면 내가 직접 확인해 보자”는 심리를 확산시키며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들이고 있다. 말하자면 악재마저 호재로 작용하는 상황, 말릴 수 없는 흥행질주가 시작됐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을 살피기에 앞서, 새해 8월 1일에 만나게 될 ‘신과 함께-인과 연’에 앞서 공개된 1부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부터 짚어보자.

‘신과 함께’ 새로운 길을 내다…김용화는 왜 신파를, 하정우는 왜 가족영화를 택했을까




# 동양적 풍광의 CG, ‘아이언맨’이 부럽지 않다 실사가 아닌 컴퓨터 그래픽이어서 가능한 판타지, 말 그대로 환상적 장면을 생각하면 킹콩이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기어오르고 초능력자가 아닌 아이언맨이 잘 빠진 수트를 입고 뉴욕의 하늘을 나는 모습이 떠오른다. 비단 아이언맨만이 아니다, 스파이더맨도 토르도 뉴욕의 상공에서 활약한다. 우리 눈에 뉴욕은 CG로 익숙해진 환경이다. 뉴욕이 아니더라도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트와일라잇’ 등을 통해 눈에 익은 산새와 숲, 나무의 모양 등이 있다. ‘신과 함께’의 CG와 특수효과를 책임진 덱스터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적 배경을 차용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49일 동안 거치게 되는 7개의 지옥, 지옥에서 지옥으로 이어지는 행로의 모습을 동양적 풍광으로 가득 채웠다. 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천륜 지옥별로 재판이 이뤄지는 곳, 형을 선고 받은 사람들이 처벌 받는 곳의 모습을 각기 다르게 고안했다. 일테면, 인생을 게으르고 나태하게 허비하면 거대한 폭포 위에 마련된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후 폭포 아래로 추락해 거대한 맷돌에 갈리거나 맷돌을 피했다 해도 인간의 얼굴을 하고 무서운 이빨을 지닌 살인어가 가득한 물속에 떨어진다. 저승에서 죗값을 치르지 않으려면 이승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정도를 넘어 도덕적으로 바르게 살라고 권하는 무시무시한 경고이기도 하지만, 영화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다음 지옥의 재판정과 형장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케 한다. 익숙하지 않은 풍광을 영화적 배경으로, 그것도 CG로 만들어 관객 앞에 내놓을 때는 두 가지 위험이 따른다. 우선 남이 갔던 길을 가는 게 아니라 길을 새로 내며 걸어야 하기에 그 정신적, 육체적 노동의 수고가 말할 수 없이 크다. 또 웬만큼 잘 만들지 않고서는 그 ‘낯섦’ 때문에 보는 이의 눈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자신이 느끼는 만족도에 최소 2배의 칭찬을 용기 있는 도전으로 우리만의 CG를 창안한 김용화 대표와 덱스터스튜디오 일꾼들에게 보내 주면 어떨까.

‘신과 함께’ 새로운 길을 내다…김용화는 왜 신파를, 하정우는 왜 가족영화를 택했을까




# 배우들의 호연, 이들이 바로 ‘어벤져스’ 실시간 댓글을 보면, CG의 우수성에 더해 배우들의 호연에 토를 다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신과 함께’의 가장 큰 수혜자는 김수홍 병장을 연기한 김동욱이다. “동욱이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죠. 알고 계셨다 해도 영화 보시면 많이 놀라실 거예요. 정말 잘했거든요. 이번 영화를 계기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라고 강림 차사 하정우가 개봉 전부터 칭찬해 마지않던 배우이자 투자사들의 우려에도 김용화 감독이 뚝심 좋게 지켜낸 배우가 김동욱이다. 감독과 동료배우들의 믿음에 보답하듯 김동욱은 강렬한 연기를 해냈다. 온 얼굴에 흙을 뒤집어쓰든 검은 연기뿐인 반투명 혼이 되든 활활 타오르던 눈빛은 잊기 어렵다. 그런데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신과 함께: 인과 연’에서는 더욱 맹활약한다. 가장 고효율의 출연을 한 배우는 염라대왕 역을 맡은 이정재다. 특별출연이라 하기에 차태현이 연기한 의로운 귀인 김자홍이 만나게 되는 7개 지옥 중 최종 법정인 천륜지옥의 재판장 정도로 생각했더니 잊을 만하면 등장하며 조연 이상의 몫을 해냈다. 특유의 존재감을 어쩔 것인가. ‘관상’에서도 영화 시작 30분 후에 나오면서도 검은 털가죽 걸치고 마치 한 마리 이리처럼 시선을 끌며 등장하더니 이번에도 긴 머리 풀어헤치고 숲길을 저벅저벅 걸어오는데 ‘반지의 제왕’ 간달프 이상의 포스를 뿜는다. ‘신과 함께’ 이후 우리는 이 배우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 한다, 예수정. 자홍과 수홍의 엄마로 말을 하지 못 하는 농아 연기를 했는데 목소리를 지우고 표정만으로 배우가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사실 예수정의 목소리는 개성 있는 저음이다. 자신의 최대 무기를 내려놓은 배우가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까 했더니 강한 목소리에 연기력이 가려져 있었구나 싶을 정도의 내공을 드러냈다. 참 고생 많았겠구나 싶은 건 차태현이다. 저승 재판정에 이승의 삶을 보여주는 ‘업경’에 나오는 소방관 김자홍의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촬영한 것은 기본,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첫사랑과 결혼해 다감한 아빠로 건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의로운 귀인 역에 제격인 차태현은 자기 본연의 밝음에 예능 ‘1박2일’의 가벼움을 잊게 할 만큼의 진지한 연기를 더해 진솔한 김자홍을 완성했다. 덕춘을 연기한 김향기는 까마득한 선배 차태현, 하정우, 주지훈 곁에서 십대 배우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혹자는 덕춘의 연령대가 조금 더 높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하지만 의로운 망자를 향한 계산 없는 존경, 삼차사의 고충과 아픔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순수함을 드러내기에 안성맞춤인 캐스팅이다. 주지훈이 연기한 혜원맥은 마치 근두운을 타고 날아다니는 개구쟁이 손오공 같다. 모델 출신다운 훤칠한 신장과 세련된 외모로 단 한 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재잘대는 혜원맥을 조금의 망설임 없이 실행했다. 어느 한 순간에서라도 작품이 원하는 혜원맥을 지우고 배우 주지훈을 내세운 장면이 없다. “초심을 다지며 연기했다”는 그의 말이 스크린 위에서 입증된다. 하정우는 ‘신과 함께’에서 멋짐과 예상치 못한 웃음을 담당했다. 또 원작 웹툰 팬들의 아쉬움을 줄이는 역할도 해냈다. 먼저 멋짐이라 함은 영화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를 연상시키는 차사 복을 입고, ‘스타워즈’에서나 나올 법한 광선검을 휘두르며, 마치 하늘을 날다 방금 착지한 것 같은 동작과 축지법을 쓰며 방향전환을 하는 것 같은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그린매트에서 허공을 향해 연기하는 게 민망했지만 금세 추락과 착지, 광선검과 광선채찍의 차이를 계산하여 연기했다. 예상치 못한 웃음은 극장에서 처음 보며 즐기길 바란다, 영화 ‘롤러코스터’를 쓰고 연출한 하정우인 만큼 그의 유머감각은 믿어도 좋다. 하정우가 연기한 삼차사의 리더 강림은 웹툰 속 캐릭터와 다르게 진중하다. 또 원작 팬들이 그토록 아끼는 진기한을 강림에 더해 연기해야 하는 등짐도 졌다. 하정우가 그동안 대중에게서 얻어온 신뢰감은 캐릭터 차이와 합침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도를 낮추고 배신감을 없앴다. 불만 혹은 의구심을 가지고 강림을 만난 관객조차 하정우의 연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신과 함께’ 새로운 길을 내다…김용화는 왜 신파를, 하정우는 왜 가족영화를 택했을까




# 하정우, 그는 왜 12세관람가 판타지액션을 택했을까 지금부터는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다. 혹자는 배우 하정우의 ‘강점’을 찾기 어려운 영화라고 말한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터널’ 이후 1년 반 정도의 ‘하정우 공백’을 힘들어한 팬일수록, 디테일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능글능글하게 느껴질 정도의 유연함을 얼른 보고 싶었던 관객일수록 아쉬움이 크다. 먼저 하정우가 이러한 사실을 예상하지 못 했을까. 하정우의 답은 명료하다. “답이 너무 간단해서 실망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한 편만 찍고 끝낼 건 아니잖아요”. 언뜻 들으면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는 말,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저는 원래 캐릭터에 제 해석을 보태는 쪽이고 감독님께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제안하는 편이거든요. 영화 ‘아가씨’ 때는 박찬욱 감독에게 모든 걸 맡겨 보자 마음먹었고, 저를 마음대로 재단해 주십사 부탁드렸어요. 절제되고 제한된 작업을 하고 나니 바로 다음 ‘터널’에서 폭발했어요, 자유롭게 놀았죠. ‘신과 함께’는 장르영화예요, 판타지액션 장르문법에 맞게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하고요. 덕분에 그 다음 ‘1987’ 때는 물렁물렁하게 연기했죠.”

그렇다면 정말, 27일 개봉하는 하정우의 또 다른 신작 ‘1987’에서만 하정우 특유의 개성연기를 확인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간략히 말하자면, 강림이 지옥의 초입인 초군문에서 자홍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장면, 자홍의 어머니를 찾아가 포옹하는 장면 그리고 이승으로 내려오기에 앞서 혜원맥에게 당부를 건네는 장면에서는 하정우의 쫄깃한 표정과 말투를 즐길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특유의 개성연기가 제한될 수 있음에도 장르영화를 택한 이유다. 우선 영화 ‘미스터 고’ 이후 절치부심하여 재기를 다지는 김용화 감독의 작업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제이크 질렌할과 공연할 수 있는 할리우드영화 ‘라이프’의 출연 제안도 정중하게 사양했다. 또 하나, 배우로서의 사명감도 있었다. “감독님만을 위해서 선택한 건 아니죠. 기존 한국영화의 지형에 없던 영화잖아요. 그런 새로운 시도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요”. 욕심이라고 하지만 출연의 선택지가 많은 그에게는 겸손이다. 한국판 ‘반지의 제왕’쯤 되는 낯선 영화에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하정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은 관객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친밀도를 높이는 미덕이다.

‘신과 함께’ 새로운 길을 내다…김용화는 왜 신파를, 하정우는 왜 가족영화를 택했을까




# 김용화 감독은 왜 신파를 고집할까 ‘신과 함께’를 두고 가장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신파’ 대목이다. 판타지액션이라는 그릇에 가난을 배경으로 홀어머니와 두 형제 사이에 벌어지는 비극적 가정사를 담는 것은 적절치 못 하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는 중도적 의견도 있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느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관객도 많다. 영화는 감독의 세상이다. ‘신과 함께’를 통해 김용화 감독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오! 브라더스’에는 조로증에 걸린 동생 봉구가 있고, ‘미녀는 괴로워’에는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지만 외모 때문에 립싱크가수로 살아야하는 한나가 있고, ‘국가대표’에는 친엄마를 찾기 위해 급조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미국인 입양아 밥이 있었다. 김용화의 영화세상엔 늘 아픔이 있고 용서와 화해의 눈물, 그리고 감동이 있었다.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덱스터스튜디오의 대표지만 그가 중국이나 미국 영화에 CG를 팔기만 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 내놓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결대로 하기 위해서다. 신파라는 지적이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김용화 감독 고유의 결인 신파를 전제로 그것이 영화를 집어삼켰다면 비판을, 그래도 영화적 외형을 유지하고 재미를 획득했다면 인정을 하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파를 뺀 ‘신과 함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하지만 연출이 김용화 감독은 아닐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 ‘신과 함께-인과 연’을 기다리며 뚜껑은 열렸고 많은 관객들이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증샷을 올리고 즐거워하며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냈다. 호조의 기세가 새해까지 이어질지 그래서 1000만 관객을 넘어설지 그것은 관객의 마음에 달렸다.
1편의 흥행 성적이 좋아야 2편도 탄력을 받을 터. 1편이 자홍의 귀인 재판이 진행되면서 어머니와 형제의 이야기가 전개됐다면 2편은 49번째 귀인 수홍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삼차사의 숨겨진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면서 성주신으로 분한 마동석의 등장으로 관객 흡입력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 고’의 쓴맛을 잊고 ‘신과 함께’의 단맛을 만끽해도 좋을 만큼, 배우 하정우는 ‘무모한 선택’이라는 우려 대신 ‘선견지명’의 부러움을 받을 만큼 관객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름을 다 적지 못 하는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쉽사리 가지 않는 길을 택해 풀숲을 헤치고 제 발로 흙을 다져서 새로운 길을 낸 모두가 박수 받으면 좋겠다.

/fnstar@fnnews.com 홍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