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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관전포인트 "소수의견·환율·경제전망, 그리고 비트코인"

금융통화위원회가 2018년 첫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6년 5개월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뒤 이주열 총재는 여러차례 추가인상에 대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자율 시장 등 금융시장 관계자들 사이에 1월 금리인상을 점치는 시각도 거의 없다.

파이낸셜뉴스가 13명의 채권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모두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아울러 1분기 중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데 대부분이 동의했다.

코스콤 체크(2710)가 증권사, 은행, 보험사, 운용사 등 594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엔 88%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전체적으로 지난 11월 금리인상 후 경기와 물가 상황 등을 더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 여부, 최근 급락한 환율에 대한 한은의 관점, 아울러 한은의 경제전망 등 확인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

▲ 소수의견

지난해 11월 금리인상 전 이일형 금통위원은 이미 '인상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그간 소수의견이 가까운 미래의 정책결정에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지난 해 인상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11월 인상 당시 조동철 위원은 '동결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당시 이 동결 소수의견은 추가 금리인상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시장 일각에선 다시금 이일형 위원을 필두로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없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쪽에선 억지로 만든 이슈라는 진단도 내리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선 인상 소수의견같은 얘기를 하는데, 사실 이 가능성을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면서 "누군가 이슈를 만들기 위해 이런 얘기를 좀 한 것같다"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에선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지 않겠냐 하는 얘기도 한다. 다만 그 수치는 정말 소수"라면서 "그냥 소수의견을 100%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정도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도 "시장에서도 대부분 당장 금리 추가인상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같다"면서 "이번 회의는 그냥 무난하게 금리가 동결되는 정도일 것같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소수의견 없이 무난하게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견해가 많다.

▲ 환율
최근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게 보니 한은의 매파성이 약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원화 강세 여부와 관계 없이 연초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달러/원 환율이 최근 1050원대까지 급락하는 등 빠르게 하락하면서 이주열 총재가 원화 추가 강세를 추동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들도 있다.

원화 강세는 우선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큰 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컸다. 다만 강세 속도가 빨라 금융당국은 최근 추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원론적인 발언이긴 했지만 쏠림이 과도할 경우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색다른 재료는 아니지만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등도 원화가 가치를 유지하는 큰 배경이다. 이밖에 남북 해빙무드 등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 됐다.

한국은행은 통상 환율의 방향성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 관련해서 한은이 적극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면서 "다만 원화가 빠르게 강해진 만큼 추가 금리인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어려울 듯하다. 최대한 무난하게 첫 금리결정회의를 끝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OA메릴린치는 "금통위 결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원화 강세 기조에 대해 한국은행은 중립적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는 "외환시장개입 기준(GDP대비 2%) 등을 감안해 2017년 수준과 비슷한 100억 달러 매수 등 한은은 소극적 개입으로 4월 미국의 환율보고서에 대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성장률과 물가
1월 금통위가 열리는 날엔 경제전망도 발표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9%,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코어물가 1.9%)로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이 2017년 성장률이 3.2%로 추정된다는 발언을 이미 한 상황이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 수치는 기존 예상치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기존 스탠스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소폭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성장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이 소폭 상향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주변에선 3.0%, 많게는 3.1% 정도까지 상향조정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진단이 나온다.

물가는 유가와 환율 측면을 동시에 봐야 한다.

우선 유가는 최근 브렌트유가 7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벌였다.

지난해 한은이 경제전망시 원유 도입단가를 54달러로 예측하고 전망을 실시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최근 유가의 흐름은 물가 전망을 상향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이 두바이유를 주로 수입하지만, 두바이유 역시 예측치 보다 크게 올랐다.

하지만 원화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최근 발표됐던 12월 수입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0% 하락해 14개월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C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일단 한은이 전망치를 올릴 여지가 있다"면서 "성장률 전망치 '3자'를 보게 될 것으로 본다. 물가 역시 최근 유가 상승세 감안하면 소폭 상향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물가 전망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한은의 한 베테랑 직원은 "성장 전망은 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이는데, 물가 전망이 어렵다. 상, 하방 요인이 다 있어서 전망 수치를 유지할지도 모르겠다"면서 "한은의 기본입장은 시간이 갈수록 물가 수요압력이 좀 커질 수 있다는 쪽이었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
금통위 기자회견에선 현재 한국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인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은행은 암호화폐와 관련해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으며 어떤 식이든 입장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노조는 최근 "통화당국이 거짓화폐 문제점을 주시하고 좀더 빨리 경고하지 않은 것은 매우 뼈아픈 일"이라는 성명서까지 낸 바 있다.

암호화폐 문제는 전세계 중앙은행이 경계하고 있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김동연 부총리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에 대해 "살아있는 옵션이지만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경우 비트코인 거래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가격 역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은 기형적인 구도가 만들어져 있다. 금융을 모르는 일반인이 '이걸 하면 돈 번다'는 얘기에 현혹돼 뛰어들 정도로 과열돼 있어 어떤 식이든 규제가 필요한 상태다.

비트코인 출현의 기반이 된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의 먹거리다. 중앙집권화된 정보 시스템을 바꿔 사회지형까지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과 이 기술을 기반으로 나온 투기화된 암호화폐 문제는 따로 봐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 문제와 비트코인 투기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다. 비트코인 가격은 간밤에 폭락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진지한 답을 해야 한다. 오히려 일반인들에겐 이 문제가 가장 이슈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가계부채 문제(부동산 대책)나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 움직임 등 볼 만한 사안들이 많이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개인적으로 금통위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변화, 즉 채권투자자에겐 좋지 않은 변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라며 "미국, 유럽, 일본 모두 채권투자자에겐 경계감을 주고 있으며 한은 역시 비슷한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희망을 잃은 젊은 세대가 대거 뛰어든, 그리고 인간 탐욕의 끝판왕이 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해 한은 총재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이라고 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