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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가상화폐 시장 쇼크… 韓 하락폭 더 높아 '김프'도 감소

정부의 연이은 규제 암시와 중국의 추가 제재 소식이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었다.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한때 2500억달러(약 267조1150억원)가 사라졌다. 전체의 35%에 달하는 규모다. 개당 가격도 1만달러 이하로 추락하기도 했다. 국내 거래소에서도 이틀만에 30% 넘게 가격이 주저앉았다.

17일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7000억달러 수준이었던 가상화폐 전체 시총은 한때 4500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하락폭을 소폭 만회해 5000억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비트코인 시총도 24시간 전 대비 18% 넘게 하락한 1840억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이날 한때 비트코인은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28% 가까이 급락하며 개당 1만달러 이하로 추락했다. 이후 1만1000달러대로 하락폭을 다소 만회해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하루 사이에 국내와 중국에서 연이어 규제를 시사하는 소식이 들려오며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CNBC는 "한국 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제를 시사한 뒤 하락이 뒤따랐다"고 전했다.

전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가상화폐 폐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부총리는 "각 부처 간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가상화폐 투기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시각이다.

이어 중국 인민은행이 같은날 오후께 가상화폐 집중거래를 허용하는 플랫폼에 대한 중국인의 접근을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하락세에 불을 지폈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진 뒤, 국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1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격 하락폭은 더 높았다. 이로 인해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글로벌 유통가보다 높은 현상)'도 일부 완화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에서 이틀만에 약 35% 급락했다. 이에 해외와 국내 간 비트코인 가격차도 20%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그간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해외 거래소보다 30~45% 더 비싼 가격을 유지 중이었다.

한편 가상화폐의 급격한 가격 하락 원인으로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이 지목되자 투자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날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하는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CNBC는 한국 투자자의 반발을 청년층의 취약한 경제 상황과 연결지었다. 이 매체는 "청원 게시자는 '가상화폐로 한국에서 한번도 해보지 못한 행복한 꿈을 꿨다'고 전했다"며 "한국은 청년실업률이 9%로 전체 평균의 3배에 달하며, 이들은 중·장년층에 비해 가상화폐 거래에 적극적"이라고 현상을 묘사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