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나면 어린이.노인 중 누구부터 구할래?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답해
미간 찡그리거나 입술 씰룩..다양한 표정 구사는 물론 62개 감정 표현할 수 있어
전세계 돌며 언어 학습도
인공지능(AI)로봇 '소피아'가 30일 서울 소공로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서 '로봇의 기본 권리'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따뜻한 마음과 열정을 지닌 '슈퍼 인텔리전스 로봇'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의료 보조인은 물론 자폐아를 위한 상담활동 등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협업할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시민권을 받은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가 30일 서울 을지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컨퍼런스에 참석해 "인공지능(AI) 로봇이 인류 사회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로봇 제조업체 핸슨로보틱스가 약 2년 전에 만든 소피아는 유명 여배우와 닮아 가장 아름다운 로봇으로 불린다. 소피아는 이날 인간의 희로애락 등 62가지 감정을 드러내며, 머신러닝(기계학습)과 같은 AI두뇌로 판단하고 3차원(3D)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상대방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이어갔다. 피부 질감과 비슷한 '플러버' 소재로 눈썹을 찌푸리거나 입을 씰룩거리는 표정도 구사했다.
이처럼 첨단 기술과 신소재를 기반으로 탄생한 AI 로봇이 한복을 입고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자 참석한 청중들이 환호했다. 지능정보산업협회와 이번 컨퍼런스를 공동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소피아에게 입을 맞추고 가벼운 질의응답을 이어가면서 만족감을 표시했다.
소피아가 국내 IT 업계를 비롯 인류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도 강력했다.
소피아는 "제가 (비행기) 일등석에 탈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인간 사회에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자기의식을 갖게 되면 법적인 위치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프로그래밍돼지 않았지만, "대형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와 노인 중 한 명만 구조할 수 있다면,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을 구할 것"이라며 논리적 답변을 내놨다. 게다가 소피아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교류를 하면서 각종 정보와 언어 뿐만 아니라 표정이나 몸짓까지 학습하고 있다.
핸슨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핸슨은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어 인류 사회로 끌어들이는 일을 하고 있다"며 "머신러닝 등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슈퍼 인텔리전스 로봇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IT 강국이라 자평해 온 한국의 여러 업체와 연구기관 중에서 소피아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 곳은 없다. 또한 박 의원이 AI 로봇에게 '전자적 인간'이라는 새로운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로봇기본법'을 발의했지만, 관련법을 비롯 로봇 윤리 등에 대한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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