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 수술 전 투석기간 짧을수록 생존율은 높고 거부반응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지면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져 일주일에 몇 차례씩이나 병원을 찾아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투석을 멈추고 완치를 위해서는 결국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방법 밖에 없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한덕종·김영훈·신성)은 지난 8일 국내 처음으로 5000번째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과 말기 신부전증의 원인질환을 분석했다고 1월31일 밝혔다.
이식팀은 지난 2005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생체 기증자의 신장을 이식 받은 환자 2898명의 장기 생존율(5년, 10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투석 전 신장 이식을 받았거나 투석 치료 기간이 19개월 미만으로 짧았던 환자들의 이식 후 생존율이 각각 99.3%와 99%로 투석기간이 19개월 이상 지속된 환자들의 생존율 97.2% 보다 더 높아 투석기간이 짧으면 이식 후 생존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장이식 수술 후 발생되는 거부반응도 투석 전 신장이식을 받거나 투석치료 기간이 19개월 미만으로 짧은 환자들의 거부반응 발생률이 각각 17.1%와 16.8%이어다. 이는 19개월 이상 장기간 투석을 받아온 환자들의 거부반응 발생률 22.8%에 비해 낮은 것으로 투석기간이 짧으면 이식 후 거부반응도 더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말기 신부전 환자들이 삶의 질을 고려해서 투석치료 전에 신장이식을 선택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이식 수술을 시행한 초기 기간별로 각각 11.5%(1990~2000년), 12.3%(2001~2010년)에 불과했지만 최근 추이를 보면 16.1%(2011~2018년 1월)로 투석 전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5000명의 원인질환을 살펴본 결과 만성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많았다.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중 당뇨병 환자 11%, 고혈압 환자 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2018년 1월 현재까지 당뇨 환자 25%, 고혈압 환자 14%로 각각 2배 이상 늘었다.
2010년 이후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2명 중 1명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가진 만성질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뇨병은 혈당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몸 속 곳곳의 혈관 손상을 초래한다. 이는 신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혈액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 혈관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을 저하시켜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을 잃게 된다.
고혈압 역시 신장 사구체 내의 압력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을 서서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인해 신장 기능이 10%까지 감소된 상태가 지속되면 말기신부전증을 앓게 되고 결국 망가진 신장을 대체할 투석이나 신장이식 수술을 피할 수 없다.
한덕종 교수는 "매년 5~6천명 정도의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신장이 망가지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만성질환의 조기 관리해 신장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투석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조기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것이 이식 후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은 풍부한 임상경험과 수술기법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2012년 1월에 국내 최단기간 신장이식 3000건을 달성했다. 이후 6년 연속 매 해마다 300건 이상의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해 불과 6년만에 2000건을 기록해 올해 1월 국내 최단기간 신장이식 5000건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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