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는 9일 "최근 수년 간 달러채를 중심으로 아시아 외화채권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최대규모의 역외 달러화 조달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권도현·김윤경 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외화채권(G3 통화)은 아시아 시장에서 전년비 64% 급증한 3310억달러가 발행돼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만 380억 달러가 발행돼 전년동기의 $250억을 크게 웃돌았다. 공급확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화 공모채의 평균 주문배수는 작년 1분기 3.57배 → 4분기 3.93배 → 금년 1월 5.2배로 오히려 증가했다.
연구원들은 "유통시장에서도 아시아 달러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견조한 수요가 반영되면서 연중 투자등급 스프레드가 33bp, 하이일드는 67bp 축소됐고 펀드자금 유입도 이어지면서 순자산가치가 2017년 중 77.6억달러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달러채권에 대한 아시아 역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는 유로본드(RegS-only) 형태의 발행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다.
달러화 공모채권은 미국 증권법에 따라 미국의 모든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SEC 등록채, 증권법의 예외규정으로서 미 적격기관투자가(QIBs)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 144A, 미국 외 지역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RegS로 구분된다. 144A와 RegS가 결합된 형태이거나 SEC 등록채의 경우를 글로벌본드, RegS 형태로만 발행되는 것을 유로본드(역외채권)로 지칭한다.
연구원은들은 "지난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미 증권법에 의해 발행된 달러화 채권은 3132억달러이며, 이 중 유로본드(RegS-only) 형태가 2276억달러로 글로벌본드(SEC 등록채 또는 RegS/144A) 발행액 $856억을 크게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RegS-only 발행 비중은 2013년 52%에서 2017년에는 73%로 증가했다. RegS는 미 증권법의 예외조항으로 미국 내에서 모집∙매출할 수 없는 대신, SEC 등록채 또는 144A 형식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공시 및 등록절차를 면제시켜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발행할 수 있는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RegS 채권은 미국 이외의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발행되는 경우 일부 유럽계를 제외하면 대부분 아시아 투자자들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본드를 포함한 아시아 달러화 공모채 시장에서 미국 투자자 비중은 2011년에 평균 25%에서 2017년 10% 내외로 감소한 반면 아시아 투자자 비중은 56%에서 76%로 확대됐다.
아시아 RegS 시장의 성장은 중국의 발행사와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2017년 중국계 발행 비중은 글로벌본드의 경우 26.9%이지만 RegS는 76.1%를 차지했다.
연구원들은 "과거 미국투자자들을 배제하고 대규모로 달러를 조달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역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RegS 형태로도 대규모 발행이 가능해졌다"면서 "지난해 9월 중국우정저축은행은 사상 최대규모인 72.5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AT1)을 RegS 형태로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비중은 중국 70%, 기타 아시아 27%, 유럽 3%로 대부분을 역내 수요로 충당했다. 중국계가 RegS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인도, 호주, 한국계 등의 발행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또 Banco Votorantim, Itau Unibanco 등 브라질 은행들도 지난해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달러채권을 판매하는 등 시장 저변이 확대됐다.
아시아 외화채 발행시장에서 중국물 발행이 급증함에 따라 중국계 주간사들도 약진했다. 주간사 리그테이블에서 중국은행(Bank of China)이 2013년 10위에서 2017년 3위로 상승했다. 상위 20개 중 중국계 기관이 5개 포함됐다.
주간사 수수료 수입 비중도 아시아계가 2007년 9% → 2013년 13% → 2017년 43%로 증가했다.
연구원들은 "역외 달러화 조달창구로서 아시아 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자본축적,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글로벌 저금리 등 경기순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구원들은 "과거 일본과 같이 한국, 중국, 대만 등 신흥국들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가계소득과 자산이 늘어나고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채권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10년간 65세이상 인구비중이 2.1%p 증가해 세계평균 (1.1%p)보다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으며, 고성장기가 지나면서 저축률도 증가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GDP 대비 총저축은 35.3%로 세계평균(24.4%)을 상회한다.
가계소득과 자산 증가에 따라 투자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BlackRock, Pimco, Fidelity 등 글로벌 운용사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고액자산가(billionaires) 수도 여타 지역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수요도 급증했다.
연구원들은 "2009년 이후 아시아 신흥국의 해외채권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대만, 중국, 한국의 성장세가 현저하다"면서 "아시아 신흥국들의 해외채권 매입규모는 2012~2014년 월평균 100억달러에서 2016년에는 20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자국편향(home bias)을 보이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도 역내 또는 자국 발행사의 외화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률 추구와 중국 내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도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채권의 수요와 공급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역내 중앙은행들의 완화기조가 이어지면서 대미금리차가 축소되고 달러채권의 투자유인이 강화된 것이다.
2015~2016년 중 위안화 약세와 대규모 자본유출을 경험하면서 중국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선호도 증가했다. 중국에서 금융업종 외 최대 달러채 발행주체인 부동산기업들은 자금조달 및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역내외 채권발행 규모가 크게 변동한다. 작년에는 국내 채권시장 불안, 금리상승, 부동산시장 규제 강화 등으로 역외 달러채 발행이 급증한 것이다.
2017년 중국 부동산기업들의 역외 달러채 발행은 415억달러로 전년대비 2.7배 증가한 반면, 역내 위안화채권 발행은 달러환산 289억달러로 73% 급감헸다. 반면 2015~2016년 위안화 약세, 자본시장 규제 완화 등으로 역내 위안화 채권 발행이 유리했던 시기에는 부동산기업들이 외화채 발행을 줄이고 위안화 조달을 크게 확대했다.
발행사 측면에서는 풍부한 역내 수요를 활용하는 동시에 시장상황 변화에 대비해 미국계 등 투자자 저변확대 노력을 병행하는 한편으로, 외화채권 및 장기 자산에 대한 투자수요 증가에 부응하여 국내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원들은 "1960년대 유로달러 시장이 부상했던 것처럼 앞으로 아시아 시장이 풍부한 투자수요를 바탕으로 글로벌 역외 달러화 조달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는 중국계 발행사와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이나,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글로벌 투자자, 운용사, 발행사들의 참여도 활발해지면서 시장 저변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미 국채금리 상승, 글로벌 위험선호 약화, 중국 금융시장 불안 등 경기순환적 요인에 따른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동반되어 미 국채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경우 기업이익 증가(이자부담능력 향상), 채권투자 수요 확대 등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미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 자금 유출 확대, 유동성 위험 증가로 이어지며 아시아 달러채 시장이 크게 위축될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RegS 형식이 공시요구가 덜한 만큼 정보공개가 제한되고, 저신용 발행사의 경우 검증되지 않는 모회사 보증(keepwell)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도 거론된다.
연구원들은 "국내 발행기관 입장에서는 RegS 시장의 이점을 활용하면서도 글로벌본드 발행을 병행하면서 투자자 저변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비용과 편의성 측면에서는 RegS 발행이 유리하지만, 향후 역내 조달시장 여건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계, 유럽계 투자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부의 축적과 고령화 진행에 따라 외화채권 및 장기 투자자산에 대한 아시아 역내 수요가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도 보험사 등의 투자수요 충족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아시아 RegS 시장 외에도 대만의 포모사본드 시장은 자국내 외화자산 수요증가에 대응해 규제완화와 함께 각종 활성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최근 수년간 빠르게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포모사본드는 대만 자본시장에서 대만달러(TWD) 이외의 통화로 발행되는 채권으로 2006년에 처음 도입됐으며, 발행주체는 Apple, Pfizer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약 90%가 외국기업이다. 발행규모는 2014년 1분기 6억달러에서 2017년 1분기에는 195억달러로 급증했으며, 발행잔액은 2017년말 기준 1200억달러 수준이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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