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김여사 외환시장의 꽃이 되다’
외환딜러였던 저자가 소설로 환테크 쉽게 풀어 써
더 올라갈까 두려워 못팔고 더 떨어질까 걱정돼 못사는 투자자 심리 극복해야 수익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재테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었을 법한 이름이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며 40년 가까이 퀀텀펀드를 운용해온 전설적인 투자자다. 지난 2013년 한해에만 퀀텀펀드로 약 6조원의 수익을 냈으며, 전성기에는 10년 간 40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로스가 막대한 수익을 만들어낸 무대는 '돈을 벌 확률이 50%'라는 외환시장이다.
환율이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 수시로 올라오는 세상이다. 이미 경제 교과서를 벗어나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있다. 2018년 대입수학능력시험(국어)에도 환율 관련 문제가 출제됐다. 특히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 외환거래(FX)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여사 외환시장의 꽃이 되다'(밥북.최돈권)는 외환딜러였던 저자가 '환테크'를 소설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KB국민은행에서 사내공모를 통해 외환딜러로 선발돼 하루 3억달러를 주무르기도 했다. 증권운용, 채권운용을 거치며 쌓은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VIP라운지에서 고객의 투자를 도와주는 프라이빗뱅커(PB)로도 일한 바 있다. 저자는 "일본이 한때 외환투자 열풍을 타고 '와타나베 부인'이 등장한 것처럼 한국에도 머잖아 김여사들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심리게임에서 이겨라
외환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심리게임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와중에 평균적으로 고점에 매도하고, 저점에 매수를 제일 잘하는 주체가 어디일까.
원.달러 환율이 상승 중이라고 하자. 외환딜러는 추가 상승을 예상해 매도를 망설인다. 하지만 수출업체는 고점이라고 판단되면 환율이 더 올라갈 것 같아도 달러를 매도한다. 거꾸로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더 떨어질 것 같아 달러 매수를 꺼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입업체는 결제할 금액을 어차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여도 일단 매수한다.
환율은 하락하다가도 결국은 또 상승하기를 반복한다. 더 올라갈까 두려워 못팔고, 더 내려갈까 두려워 못사는 투자자들의 심리에 비해 실수요 물량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업체들은 두려움이 덜하다. 그래서 과감하게 행동에 나설 수 있고, 하루 중 높게 팔고, 낮게 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두려움이 없을 때 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참가자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훈련도 필요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렸다'는 뉴스가 나오면 '백이면 백' 환율은 상승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백이면 백'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참가자들이 더 오르길 기대하고 사들일때 조용히 분할 매도해서 제자리로 돌아온 후 이익실현 매수하는 주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누구나 잘만 판단하면 돌을 벌 수 있는 것이 시장이다.
■FX 트레이딩은 매매기법이 중요해
주식투자와 외환투자는 다르다. 외화는 그 자체로 가치가 증식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지속적으로 사고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조지 소로스도 그렇게 했다.
매매기술만 뛰어나도 FX거래에서 돈을 버는 것은 가능하다. 환율이 올라가고 있을 때 달리는 말에 올라타듯 매수해서 환율이 더 올라갈 듯 상승할 때 팔아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환율이 떨어질 때도 덩달아 팔았다가 더 안 떨어지고, 횡보하면 매수해서 차익실현이 가능하다. 이에 착안해 환율변동을 그래프로 나타내는 차트를 연구해 매매시점을 포착하는 차티스트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차트매매법은 기술적 요소로 50%의 성공률밖에 보장하지 않는다. 맹신할 이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다만, 20일 이동평균선이나 60일 이동평균선에 근접하면 시장참가자들이 어떤 전략으로 접근할지 추정을 해보고, 가능성이 더 큰 시나리오에 베팅한다.
나머지 50%는 여전히 공부에 달려 있다. 예를 들면 베트남의 물가가 3%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다가 5% 이상 급등하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상승 쪽일까, 하락 쪽일까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다. 베트남 금리가 하락하면 베트남 동화는 평가절하돼 달러 대비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화는 금리가 5%에서 1.7%로 하락하는 동안 줄곧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대미 환산 환율은 상승했을까. 오히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원화 국채투자를 늘려왔으며, 원화는 일시적으로 급격히 평가절상(환율 하락)되기도 했다. 공부는 다양한 사례를 찾아보고 분석해 금융시장의 메커니즘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외환딜러처럼 거래하라
외환딜러가 거래하듯이 거래해야 한다. 우선 주니어-슈퍼주니어-시니어-슈퍼시니어 단계별 포지션 한도와 손실 한도를 달리 설정하고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또 원칙을 만들고 이를 지켜야 한다. 오버나잇 포지션은 데일리(일중) 거래한도를 넘어설 수 없으며, 시장 상황의 변화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칼을 쓸 때는 단칼에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수십 차례의 정확한 찌르기로 변동성의 일부만 취해야 한다.
시장참가자들을 무서워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깔보거나 잠시라도 방심하면 권투시합처럼 한 방에 게임오버가 될 수 있다. 강한 펀치를 한 방 맞으면 한걸음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게임을 계속하고 반전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는 무작정 '전진'만을 외쳐서는 안 된다.
싸움은 길다. 손실의 추억은 깔끔하게 잊어야 한다.
그 연습을 무수히 해야 한다. 10번 가운데 7번의 손실을 보더라도 손절매도를 잘하면 나머지 3번으로 충분히 이익을 내고 만회할 수 있는 것이 외환거래다. 겁낼 것은 자신의 아집과 욕심이지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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