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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은 지 46일째, 당신은 몇 권의 책을 보았나요?

새해 맞은 지 46일째, 당신은 몇 권의 책을 보았나요?

새해 맞은 지 46일째, 당신은 몇 권의 책을 보았나요?
저부터 말씀드리자면 14권의 책을 들었고, 12권은 끝 장까지 보았지만 2권은 중간에 덮었습니다.

작년에 총 64권의 책을 읽었으니 올해는 초반부터 달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항상 궁금했습니다. 남들은 무슨 책을 읽는지… 문고 베스트셀러같이 데이터로 획일화해 뽑은 지표가 아닌 사적인 문고 말입니다.

참고로 저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읽는 책들을 통해 다음 읽을거리를 찾는 '책들의 도서관'을 이용합니다.

출퇴근 지하철, 공공도서관 옆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있나 힐끔 쳐다봅니다.

하얀 종이로 커버를 만들어 읽고 있는 사람들 책은 더욱 궁금해 오래도록 쳐다봅니다.

그럼 저만의 독서노트를 열어볼까요.

첫 책은 강상중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군요.

이렇게 적어놓았네요.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 부자연스러운 자아실현 따위보다 현재에서 노력하는 게 최선의 일하는 방식' 새해 첫 책으로 골라 읽었던 의지가 기억나네요.

두 번째 책은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입니다. 원인의 원인을 연구한다는 역학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습니다. 몇 년 간 개인적인 아픔보다 세상의 아픔이 컸기에 많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개인의 아픔에 사회는 책임이 있다. 없을 수 없다는 게, 그걸 증명하는 게 역학인거 같다'라고 적혀 있네요.

세 번째는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입니다. 여성이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붓을 들기까지, 그게 어려운 길이었단 걸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사는 삶은 혁명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여자들이 있어 누리는 것이다'
여섯 번째 책은 남아있는 나날이네요. 일본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호기심에 읽어봤었습니다. 「나리는 용기 있는 분이셨어요. 인생에서 어떤 길을 택하셨고 그것이 잘못된 길로 판명되긴 했지만 최소한 그 길을 택했노라는 말씀은 하실 수 있습니다. 나로 말하자면 그런 말조차 할 수가 없어요(…중략)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정녕 무슨 품위가 있단 말인가 하고 나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어요」 본문 내용을 적어놓을 만큼 여운이 컸었습니다. 이 책의 백미는 전 작품해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렴풋하게 느끼던 그림자가 확연한 실체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열두번째로 막 읽은 책은 백년의 고독 1권이네요. 낯설던 남미문학이 환상과 버무려지며 사실 기대했던 것 보다 읽는 속도가 빨라서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연휴 나흘간 2권도 마저 읽어보려고요.

여러분도 당신의 책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적어보세요.

*그 외 읽은 책으로는 탁월한 시선의 사유, 몸의 일기, Who시리즈 문재인, 딸에 대하여,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프레임, 감정의 온도가 있습니다.
내려놓은 책은 지식의 표정과 콜럼바인입니다. 콜럼바인은 작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고 집어들었지만 사건 보고서와 같은 방식이 더 무섭게 느껴져 결국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지식의 표정은 저자가 만난 12명과의 인터뷰인데 인터뷰이(특히 초반에 나오는 외국 인터뷰이)들이 쓴 저서를 많이 읽지 못해 읽는 내내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커 책장을 덮었습니다.

gunandmi@fnnews.com 정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