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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의 발언 되돌리기와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누그러뜨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파월 의장이 상원 증언에선 하원 증언과 달리 경기·물가에 대해 조심스러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국의 반발이 뻔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최우선주의를 과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뉴욕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1% 넘는 급락세로 화답했다. 파월의 누그러진 태도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에 대한 고집으로 안전자산선호가 강해지면서 미국채 금리는 2.8%로 떨어졌다.

바뀐 연준 수장의 발언 뉘앙스 변화, 자국 산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주변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정부의 강공책 등으로 경제와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 파월, 하원과 상원 발언 이틀 사이에 달라져
파월 연준 의장은 현지시간 27일 하원증언 후 '연내 한층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는 질문에 "미국 경제에 대한 내 전망이 지난 12월부터 강해졌고 최근 지표들 덕분에 인플레이션 가속에 대한 확신도 짙어졌다"고 답했다.

그는 "나의 경우 일부 지표들을 보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오를 것이라는 데 자신감이 커졌다"면서 "FOMC 위원들이 지난해 12월 이후 이어진 물가 전개과정을 3월 회의의 정책금리 점도표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파월 의장이 12월 이후 상황을 연준 인사들의 정책금리 전망표인 점도표에 반영하겠다고 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긴장했다. 이에 따라 현 시점 연준의 올해 금리인상 전망(3회)보다 더 많은 4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장이 반응했다.

하지만 이틀 후인 현지시간 1일 파월의 상원 발언은 달라졌다.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의 전망이 강화됐다고 했던 파월 의장은 "경제가 과열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양호한 경기관은 유지했지만 일각의 경기 과열 우려를 잠재우려는 듯한 발언이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발언 강도도 낮췄다.

파월은 "빠듯한 노동시장이 임금 인플레 가속을 초래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노동시장 강세가 좀더 이어지더라도 인플레가 촉발되지는 않을 듯하다. 임금이 결정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강한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가속에 대한 확신이 짙어졌다고 했던 이틀 전 발언과는 상당히 달라진 태도를 노출한 것이다.

프랑스인인 IMF의 라가르드 총재가 "미국 경기과열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와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속 등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지만, 파월 의장은 경기 안정 쪽에 좀더 무게를 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옐런 전 의장도 발언을 뒤집는 경우가 많아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는데, 파월 의장은 이틀전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경기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는 유지했으나 경기과열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적극적 긴축과는 선을 그으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틀전 인플레이션 가속에 대한 확신이 강해졌다고 했다가 이번엔 노동시장이 임금 인플레 가속을 초래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등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는 최근 발언에 대한 시장 반응을 본 뒤 발언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쪽에서도 파월이 단 이틀만에 발언을 뒤집었다는 식의 평가들이 나온 가운데 파월이 시장 반응 등을 보면서 발언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의심들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파월 연준의장의 첫번째 의회 증언을 종합할 때 중립적 성향 아닌가 하는 평가도 나온다.

구혜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중립적 매파 성향으로 보인다. 성장률과 물가 개선 기대감은 높았으나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개선된 경기판단에도 금리인상 속도 변화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 트럼프 보호무역주의..갈등 불가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의 발언 되돌리기와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사진=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파월 의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에 '미국'의 금요일 주식시장은 경기(驚氣)를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입 철강과 알리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20.22포인트(1.68%) 내린 2만4608.98에 장을 마쳤다. 장중 600p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36.16p(1.33%) 낮아진 2677.67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92.45p (1.27%) 하락한 7180.56을 나타냈다.

뉴욕주식시장 변동성지수(VIX)는 장기 평균치인 20선을 또다시 뛰어넘었다. 장 막판 22.03에 머물며 전장보다 11% 급등했다.

뉴욕 주가지수가 금리인상 가속 신호가 없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안도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크게 흔들리면서 급락해 버린 것이다.

아무튼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에 미국 주식시장이 큰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아울러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피하고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옮아가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미국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번 조처는 미국 내 철강 및 알루미늄 제조업체의 이익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낮은 가격의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했던 건설업이나 가전업체, 자동차 업체 등은 비용 증가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기업군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공급 측면 가격 상승압력을 높이면서 물가를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 이는 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보호무역을 철회하기가 쉽지 않다. 구조적 문제로 인해 미국 무역적자가 축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지적재산권 등을 대상으로 보호무역조치가 이어지며 국가간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까지 있다.

국제금융센터 강봉주 연구원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근본적으로 낮은 저축, 높은 소비 및 투자에 주로 기인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시 추가적인 보호무역조치가 도입될 소지도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반기 내 지적재산권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교역 상대국 또한 미국의 무역조치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당분간 무역 관련 국가간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 트럼프 마이웨이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대국들..불안정한 금융시장
전세계가 미국의 독선에 반발하고 있어서 갈등의 소지는 큰 상태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가 막무가내로 미국 이익 관철을 위해 나서기 만만치 않은 측면도 있다.

미국에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캐나다의 프랑스와-필립 샴파뉴 통상장관은 "캐나다 통상이익과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의 철강 2위 수입국인 브라질 산업장관도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나서거나 독자적으로라도 보복관세 조치를 검토할 뜻을 밝혔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부합하는 보복조치안을 내놓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위원회(EC) 위원장은 “불공정한 조치 때문에 역내 업계가 타격받는 상황에서 방관하고 있지는 않겠다”며 “우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가장 주요한 타겟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중국은 수수,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관세 부과 등 규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수보다 무역규모가 큰 대두에 대해 중국이 규제에 나선다면 트럼프 정부는 미국 농가들의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들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처럼 트럼프발 무역갈등 격화 조짐에 금융시장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마크 차이킨 차이킨애널리틱스 최고경영자는 “수입관세 부과 우려로 주식시장이 정말 겁을 먹은 모양이다. 무역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기에 이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우려했다.


보호무역을 통한 수출 활성화는 자국 통화의 가치 절하를 원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미국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금융시장에선 우선 주가와 달러화 가치는 하락 쪽으로, 채권가격은 상승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보호무역 추이와 각국 대응 등에 따라 경기와 금융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