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PV 태양광 모듈 가격 비싸 건물주 도입 꺼려
시간대 따라 건물 음영구역 발생.. 발전효율 떨어져
獨.佛.伊 등 유럽처럼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 필요
지난달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 지붕에 BIPV가 적용된 모습.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BIPV)을 놓고 창호업계가 고민에 빠져있다. 기존 태양광발전(PV)과 달리 친환경적 성향이 강하지만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창호업계 내에서는 이건창호만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사업에서 철수했거나 접근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BIPV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BIPV 성장 더딘 이유는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BIPV시장은 2012년 394.3GW에서 2019년 1만3607GW로 약 3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BIPV은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다. 기존 태양광 발전소들이 넓은 대지를 필요로 하고, 토양 오염 우려가 있는 것과 달리 BIPV는 도심 내 건축물이 발전소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건물 외벽에 붙이는 자재이기 때문에 설치를 위한 별도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도심지에 있는 건물의 활용도를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BIPV의 시장은 답보상태다. 태양광 모듈의 높은 단가에 따른 건축주들이 도입에 소극적인데다가 정부 지원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BIPV가 가진 단점은 비싼 가격단가와 낮은 발전효율이다.
기존 태양광의 발전모듈이 표준화돼 있어 일정한 생산 수율을 맞출 수 있는 것과 달리 BIPV는 건축물의 디자인에 따라 태양광 모듈을 제작해야 한다. 태양광 모듈의 단가 자체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또 BIPV는 시간대에 따라 건물의 음영구역이 발생하면서 발전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건물주가 BIPV를 도입하려면 정부의 당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BIPV는 지원책이 거의 전무하다. 일반적인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경우에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BIPV의 경우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만, 설치와 관련한 별도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
BIPV 사업자들도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창호 A업체는 2000년대 중반부터 BIPV사업을 전개했으나 수년 전 사업을 포기했다. B업체의 경우도 일부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건창호만이 BIPV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건창호가 현재까지 시공한 곳은 200㎾ 서울시 신청사, 650㎾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 428㎾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면시설 등이다.
■BIPV 활성화 위한 지원책 필요
이에 따라 업계는 BIPV 시장 초기 국가 보조금을 대거 지원하면서 육성했던 유럽처럼 한국도 보조금 지원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차원의 보조가 있었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BIPV 선두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는 2020년까지 BIPV 발전 목표를 5400㎿로 세우고 ㎾당 57유로 센트(한화 약 710원)를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시공자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BIPV는 건축 외장재인 창호에 전기발전자재인 태양광 패널을 접목시킨 것으로 건축 외장 마감재에 속한다. 이 때문에 건축외장 마감재 및 전기관련 자격자가 시공해야 하지만, 현재는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등록한 전기공사업체만 시공할 수 있다.
BIPV는 창호나 지붕 등 설치 장소에 따라 다양한 부속자재를 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기공사업체가 단독으로 시공하면 창호, 지붕 마감재와 연결이 잘 안 되거나 방수, 단열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기 설비 부문은 전기공사업체가, 마감 부문은 전문건설업체가 시공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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