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던 작가 한강(48)이 다시 한 번 이 상의 후보로 지명됐다.
맨부커상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한강의 '흰'이 13명의 1차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운영위원회는 전체 108편의 작품 중 1차 후보 명단으로 '흰'을 포함한 13권을 선정했다. 다른 후보작으로는 프랑스 작가 로랑 비네의 '언어의 7번째 기능'과 오스트리아 작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더 플라잉 마운틴', 이라크 작가 아흐메드 사다위의 '프랑켄슈타인 인 바그다드' 등이 올랐다.
'흰'은 65편의 짧은 글로 구성됐는데, 여러가지 흰색의 물건 등을 통해 삶과 죽음을 담담히 그렸다. 작가 특유의 시적 문체로 산문과 운문이 섞인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2016년 5월 국내 출간된 이 책은 영국에서는 출판사 포토벨로북스에서 지난해 11월 출간됐는데,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31)가 이번에도 함께했다.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으로 이어진다. '익숙하고도 지독한 친구 같은 편두통'에 시달리는 '나'가 있고, '나'에게는 죽은 제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사연이 있다.
시처럼, 소설같은 문장이 이어지는, 흰 것들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은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각각 독립된 이야기면서도 묘하게 연결되며 작가의 정신세계를 담아낸다. 작가는 "더럽히려야 더럽힐 수 없는 투명함이나 생명, 빛, 밝은 눈부심"을 썼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 출간된 뒤 현지 언론과 출판계,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한강은 '흰'에 대해 "'채식주의자'는 우리가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껴안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끝났고 여기서 시작해 우리가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보면서 살아내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흰'은 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나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에 대해 작가는 "어려운 소설이나 시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대답을 구한다든지, 제안이라고 생각하면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작품 속 장면이나 주인공들의 행동, 움직임들을 질문으로 생각하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내달 12일 최종 후보 6명을 발표한 뒤 오는 5월 22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최종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수상자와 번역가에게는 5만 파운드가 주어진다.
한편 영어권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해 부커상으로 불리다가 2002년 맨 그룹이 스폰서로 나서며 맨부커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영국연방 국가 작가의 작품만을 다루다, 영연방 외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아우른다는 목표 아래 2005년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했다. 영화로 치자면 아카데미상의 외국어작품상 격이다. 인터내셔널상은 2005년 알바니아의 이스마일 카다레를 시작으로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2007년), 캐나다의 앨리스 먼로(2009년), 미국의 필립 로스(2011년)와 리디아 데이비스(2013년), 헝가리의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2015년) 등 쟁쟁한 작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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