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베이비시터 구하느라 '전전긍긍'
'아이돌봄서비스'는 경쟁 치열해 이용하기 힘들어
지금 워킹맘들은 '베이비시터 구하기' 전쟁 중이다. 조건에 맞는 이모님을 구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 워킹맘 조은혜(38)씨는 복직을 앞두고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해 고민이다. 첫째 아이는 5세, 둘째 아이는 6개월. 베이비시터는 오후 5시에 하원하는 첫째 아이를 받아 저녁을 먹이고, 부모 중 한 명이 퇴근 후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를 돌봐야 한다. 육아 관련 각종 카페와 커뮤니티에 베이비시터 모집 글을 올리고 있지만 조건에 맞는 이모님을 만나기 여간 어렵지 않다.
워킹맘이 원하는 베이비시터의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돌봐줘야 한다. 둘째,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워킹맘들은 간단해 보이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베이비시터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사진=베이비 시터 모집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 올라오는 한 지역 커뮤니티 캡처화면
■ "집 근처에 친정엄마를 둔 워킹맘, 부럽다 진짜!"
사실 워킹맘은 베이비시터 구하기에 앞서 친정엄마에게 SOS를 보낸다. 위에서 언급했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음은 물론 조금만 양해를 구하면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돌봐줄 수 있다. 특히, 집 근처에 친정엄마를 둔 워킹맘은 주변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에 따라 조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위탁육아'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맞벌이 가구의 영아양육을 위한 조부모 양육지원 활성화 방안 연구(2015)’ 보고서에 따르면 0~2세 영아 양육을 위해 조부모(및 기타 친인척 포함)에게 도움을 받는 비율은 2009년 26.1%, 2012년 37.8%, 2014년에는 53%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손주를 돌보는 이유에 대해 묻자 ‘자녀의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려고’가 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믿고 맡길만한 곳이 없어서(42.8%)', '남에게 맡기는 것이 불안해서(35.6%)', '자녀양육비 부담을 줄이려고(17.0%)' 순이었다. 하지만 손주 돌봄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그만 돌봐도 된다면 그만두겠다'는 답변이 73.8%에 달했다.
사진=베이비시터 전문 A업체의 금액표
■ 경쟁 치열한 '아이돌봄서비스'.. 베이비시터에 나가는 금액만 한달 월급
현재 정부는 맞벌이 부부 지원을 위해 모성보호제도를 비롯해 육아휴직제도,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보육제도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선호도가 높은 육아지원정책은 '아이돌봄서비스'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여성가족부가 맞벌이부부와 저소득층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돌보미가 집으로 찾아가 만 3개월부터 12세까지 아동을 돌봐준다. 시간제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요금은 시간당 7800원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지원금이 차등 적용된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보육 분야 종사자가 많아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시간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경쟁 또한 치열해 이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맞벌이 부부 김모(38)씨와 정모(43)씨는 "신청자들이 선호하는 시간대가 서로 겹쳐 원하는 시간에 아이를 맡기기 어렵다"며 "돌보미들이 집에 와서 '시급제라 교통비도 안나온다'며 툴툴될 때 참 난감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저소득층 우선 제도라 일정 소득 이상의 가구는 순위에서 밀리는 단점도 있다.
자연스레 민간 업체를 통해 베이비시터를 구하게 된다. 민간 업체의 베이비시터 이용금액은 시간당 1만5000원~2만원 선이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주 5일 베이비시터를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월 3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웬만한 직장인 한 달 월급이 나가는 셈이다.
이마저도 맞벌이 부부가 원하는 시간대에 가능한 베이비시터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아이를 잘 돌보고 시간약속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난 베이비시터를 웃돈을 주고 스카우트 해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워킹맘 이유진(34)씨는 "정부에서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지원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라며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제도·출산휴가를 쓸 때도 눈치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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