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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리뷰] ‘당신의 부탁’, 모정 없는 특별한 엄마의 이야기

[fn★리뷰] ‘당신의 부탁’, 모정 없는 특별한 엄마의 이야기


영화 '당신의 부탁'이 전혀 다른 가족극을 표방한다.

배우 임수정의 복귀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당신의 부탁’은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당신의 부탁'은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32살 효진(임수정 분)에게 죽은 남편의 아들 종욱(윤찬영 분)이 나타나며 서로를 이해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예고편의 통통 튀는 배경음악과 달리 영화 본편은 유쾌하지도, 발랄하지도 않다. 가족극의 고정적인 엔딩, 감동과 신파도 없다. 오히려 ‘당신의 부탁’은 어두운 조명을 배경으로 효진(임수정 분)과 종욱(윤찬영 분)의 날선 신경전을 중후반까지 담아낸다.

극 중 종욱은 종종 “엄마도 아니면서”라고 말한다. 효진 역시 아들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긴 하지만 냉담한 보호자, 그 이상을 넘지 않는다. 둘의 연결고리는 효진의 남편이자 종욱의 아빠뿐이다.

만약 따스한 인간미를 느끼고 싶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임수정은 그간의 순정미 그득한 눈망울을 버리고 현실에 맞닥뜨린 30대의 예민한 엄마 효진로 분한다. 혼란스럽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말없이 착잡한 표정을 짓는 임수정은 전작들과는 결이 다른 캐릭터를 만났다.

혹자는 표출보다 절제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임수정은 처음 맡게 된 엄마 역을 그답게 진지하게 풀어헤친다.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임수정은 관객을 이해시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이렇듯 많은 고민이 묻어난 임수정의 연기는 진솔하고 또 담백하게 관객의 마음을 울릴 전망이다.

극 중 효진은 종욱의 방문을 노크 없이 벌컥 연다. 이는 종욱의 삶에 갑자기 끼어든 효진 그 자체를 암시한다. 종욱은 그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지만 이윽고 소통을 한다. 대답도 잘 하지 않던 종욱이 방에서 거실로 나오면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둘의 융합을 그려낸다.

둘의 감정이 처음으로 맞닿는, 남편의 제사 장면에서 카메라는 거창한 연출 없이 천천히 둘의 뒷모습을 담는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분모였던 남자를 추억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유대감마저 생긴다. 그렇게 모자는 매년 초코 케이크와 함께 각자의 상처를 회복할 것이다.

‘당신의 부탁’은 결코 모정에 대해 늘어놓지 않는다. 그간의 가족극과 가장 차별화된 강점이다. 정제되지 않은 영리한 연출 속에서 작품은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그간 무구한 역사들은 엄마라는 대상을 신격화하며 모성애를 강요했다. 그러나 항상 자애롭고 따스하기만 한 엄마는 현실에도 없듯 작품 속에서 역시 없다. 오히려 자식과 본인을 타자화하곤 한다. 극중 대리모 수정(서신애 분)은 “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영화는 다양한 엄마의 군상을 담아낸다. 법적인 엄마, 대리모, 미혼모, 낳아준 엄마, 엄마의 엄마 등 일상과 멀리 있지 않은 평범한 엄마들이 등장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작품 중 아빠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죽었거나, 바쁘거나 여러 이유들로 작품은 오로지 엄마를 다루며, 엄마가 무엇인지 관객에게 되묻는다.

모정보다는 인류애에 가까운 계모와 아들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함께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 ‘당신의 부탁’은 오는 19일에 개봉한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