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기술벤처 퍼스트페이스의 정재락 대표는 스마트폰용 원-스텝(one-step process) 지문 인식 구동 원천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스마트폰 화면이 켜지는 동시에 지문인식을 시작하는 구동기술을 개발, 미국 특허까지 마쳤다. 애플은 아이폰 5S 이전의 기존 아이폰은 지문 인식에 2단계 프로세스를 사용했다. 일단 사용자가 터치버튼을 눌러서 화면을 켜고, 화면에 표시된 장소에 손가락을 대어서 지문을 인식시키는 후진적인 방식이다.
그뒤로 애플이 아이폰 5S 등에 '터치 아이디'라는 퍼스트페이스의 미국 특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한 정재락 대표는 애플사에 기술사용료 지불 협상을 요구했지만 거부 당했다. 결국 퍼스트페이스는 미국 현지에서 고난의 특허 소송절차에 돌입했다.
퍼스트페이스는 애플의 본거지인 산호세 소재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서 이번 침해소송을 진행한다고 11일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은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산호세에 위치한 법원으로서,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허침해로 소송을 제기해 익숙한 곳이다.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이 투입된 애플과 삼성간의 침해소송이 열린 장소로 유명하다. 애플의 안방에서 진행하는 국내 토종벤처의 소송전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삼성을 상대로 스마트폰 특허소송을 벌였던 애플은 '특허괴물'로 불리는 퀄컴을 상대로도 대대적인 소송전에 착수하는 등 막강한 특허법무팀을 갖췄다.
■골리앗 상대 中企소송 '고난'
그동안 국내 특허벤처들이 글로벌 대기업과 특허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교된다. 일단 침해사례가 발생하게 되면 피해 중소기업이 외로운 글로벌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글로벌 다국적기업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과 특허분쟁에서 장기전에 돌입한다.
세계 1위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BASF)를 상대로 3년간 특허소송 끝에 지난해 승소한 국내 중소기업 타코마테크놀러지는 장기소송으로 영업력에 큰 차질을 빚었다. 바스프가 1, 2심에서 패소하고도 자금력을 동원해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가 타코마테크놀러지는 경영 압박을 견뎌내야 했다.
국내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은 유출기업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해당산업의 경쟁력 저하 및 산업기반 붕괴까지 위험이 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에 따르면 해외유출 기술피해업체 예상 피해액은 연평균 5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중소벤처의 핵심기술 개발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지만 해외기술 유출에 대한 심각성이 여전히 크지 않다.
한국은 MP3 원천기술을 국내 기술벤처에서 세계 최초로 독자개발했지만, 기술보호에 실패해 현재는 모두 미국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뼈 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만약 기술보호에 노력했다면 아이폰과 아이팟을 제조할때마다 한국에 기술사용료를 3조원 가까이 지불했을 것이라는 게 특허 산업계의 아쉬움이다.
■文정부, 中企기술 보호 대책 고심
중소벤처들의 독자개발 기술에 대한 보호 및 육성이 아직 미흡해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 기술유출의 경우 현지에서 특허소송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점때문에 더욱 해결에 어려움이 크다.
문재인정부는 국내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범부처 추진 체계 정비에 나서고 있다. 특허 벤처들이 기술력을 인정 받아서 회사를 키우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범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제도 및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해외 지재권 분쟁에 대한 리스크 분산을 위해 민간 보험사 7곳에서 보험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해 보험료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한다. 총 258개사, 20억원 지원을 했다.
전종학 세계한인지식재산협회장은 "기술 발전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법률서비스 속도도 중요하다"면서 "전세계 한인 법률 전문가간의 네트워크를 넘어서 각 지역의 현지 전문가들을 연계해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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