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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창의성!

크리에이티브 아구스틴 푸엔테스/추수밭

[책을 읽읍시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창의성!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또는 무엇이 인간을 예외적 동물로 만들었는가.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해왔으나 아직 완전한 대답을 얻지 못한 질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우리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인간이 됐다"고 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했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이 오래된 질문에 '크리에이티브', 즉 창의성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내놓는다. 저자가 말하는 창의성이란 한 명의 천재나 독창적인 사업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가 말하는 창의성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고도의 협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상상을 실현하는 집단적인 능력이다. 물리학자의 실험실과 예술가의 작업실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즐겁게 할까 고민하는 요리사의 마음에까지 깃들어 있다.

이러한 창의성은 인간이 문자를 가지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고대 인류가 농작물과 가축을 키우는 1만년, 동굴 벽화가 등장하는 3만년, 그 이전부터 창의성은 존재했다. 200만년 전 등장한 돌로 만든 칼날이 그 증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돌에서 칼날을 떠올린 순간, 최초의 창의성은 시작됐다.

사실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낙지는 조개를 먹기 위해 돌로 조개껍질을 깨고, 곰은 막대기를 이용해 먹이를 구하기도 한다. 지능이 높은 유인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가진 '예외적' 창의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은 단지 살아남기 위한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시작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흔히 예술과 문화를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능력이라고 정의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이엔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돌과 막대기를 고쳐 무기를 만들고, 공동체를 꾸려 사냥에 나서고, 공동의 양육 체계를 건설하는 등 협력과 소통의 능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이상희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창의력에 대해 "인류 진화 역사를 가끔 움직인 '스파크'라기보다 '불꽃놀이'다. 인류는 번뜩이는 발상에 그치지 않고 놀이하듯 상상하며 끊임없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도전하며 바꾸어나갔다"고 했다. 인류 진화에 대한 또 다른 창의적 시각을 얻고 싶다면 더할나위 없는 선택일 듯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