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푸치니 최고이자 최후의 작품 '투란도트'가 동양의 신비함을 벗어던지고 삭막한 미래로 들어간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26~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투란도트'는 단언컨대 한국오페라 역사상 가장 신선한 도전이다. 한국오페라 70주년, 푸치니 탄생 16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오페라단이 선보이는 '투란도트'는 기계 문명이 멸망한 미래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오페라 작품의 수많은 변주에도 '투란도트'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발상과 시도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푸치니의 화려한 예술세계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 '투란도트'의 상징은 무엇보다 동양의 신비로운 화려함과 웅장함이다. '투란도트'가 그간 동양의 신비로움은 놓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풍의 화려하고 웅장한 배경을 황폐하고 무너진 환경으로, 신비로운 공주를 비극적인 현실 속에 살아남은 이로 뒤바꾸는 것도 어쩌면 위험한 도전일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장수동은 그간 영화 '설국열차' '매드맥스' 등에서 다뤄진 '포스트 아포칼립스'(문명이 멸망한 후의 세계를 그리는 장르) 풍의 무대를 자주 꾸며왔다. 그간 100여편 가량의 오페라 작품에서 파격적이면서도 거침없는 해석으로 '연출가 중심주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번 공연의 연출 방향에 대해 "우리 관객이 공감하고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중국풍 판타지의 원작이 아닌 동시대 이슈를 기초로 미래의 새로운 배경을 설정했다"고 했다.
배경이 미래로 바뀐 만큼 무대 미술도 지금껏 보지 못한 '투란도트'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어떤 고증이나 재현이 아닌 현대인의 감성과 시각이 담긴 무대로 꾸미고 의상도 황폐하고 무너진 환경과 그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비극적인 현실을 낡고 긁혀진 의상으로 대변한다.
출연진은 국내 실력파 중견 성악가들로 꾸려졌다. 투란도트 역은 2014 대한민국 오페라대상에서 '일 트로바토레'로 여자주연상을 받은 소프라노 이화영과 김라희가 번갈아 맡는다.
칼라프 역은 유럽의 유명 오페라극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테너 박지응과 한윤석이 함께 맡았다. 류 역은 스위스 바젤 국립극장 전속가수를 거쳐 현대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서선영과 신은혜가 더블 캐스팅됐다. 이외 베이스 최웅조.서정수(티무르 역), 바리톤 임창한(핑 역), 테너 김재일(팡 역), 테너 정제윤(퐁 역)이 함께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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