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건설산업의 새로운 미래' 펴낸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건설산업 디지털화 뒤처졌지만 디지털화 성공하면 생산성 급증
美 스타트업 '카테라' 좋은 사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우리 건설산업은 여전히 기존 산업화 시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규제에 막혀 있는 구조를 바꾸려는 고민이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덜한 것도 문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사진)은 "총체적 구조 혁신을 통해 건설산업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1995년 건설산업연구원 창립멤버로 시작해 GS건설과 한미글로벌을 거쳐 다시 연구원으로 돌아왔다. 건설산업에 대해 이론과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셈이다. 그런 그가 국내 건설산업에 대해 "독일, 미국, 일본이 '퍼스트 무버(선도자)'라면 우린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를 지향했는데 이미 그 자리도 중국에 빼앗겼다. 한국은 '슬로 팔로어(뒤처진 추종자)' 수준이 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펴낸 저서 '4차 산업혁명 건설산업의 새로운 미래'는 위기에 처한 국내 건설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생산성 혁명'으로 규정했다. 매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기관에서 펴낸 최신 자료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건설스타트업, 건설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에 대해 안내한다.
이 원장은 "건설산업에 대한 규제도 이제는 각 단계별로 나눠 적용하는 칸막이식이 아니라 수직·수평적 통합이 가능하도록 혁신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국내에서도 카테라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테라는 2015년 설립된 미국의 전문건설업체다. 2년 만에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에 들어간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혁신기업이다.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업의 모든 단계에 각각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 생산성 혁명을 이뤄냈다.
그는 "3차원 정보모델을 기반으로 정보를 통합 활용하는 건축정보모델링(BIM), 클라우드 기반의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자재추적 관리시스템 등 각종 스마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것이 카테라의 전략"이라며 "우리도 BIM을 활용하고 있으나 현장의 편의성을 위해서라기보다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테라가 내세운 또 하나의 혁신은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 뒤 자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시공하는 대신 몇몇 생산기지에서 기초자재를 만들어 납품하는 형식으로 공기를 단축했다. 건설업에서 공기 단축은 비용 절감이고, 생산성 증대로 이어진다.
이 원장은 "카테라의 성공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건설업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것"이라며 "스마트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동시에 공정별로 나눠져 있던 작업을 통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먼저 나서 산업화 초창기 기준에 머물러 있는 법과 제도를 '연결과 통합'이라는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에 기초해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파편화된 건설공사 발주나 계약 제도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서 변화가 가장 늦은 업종에 속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조금만 디지털화해도 생산성이 확연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먼저 스마트한 발주자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가상공간에서 미리 시공해 보고 실제 시공에 들어가는 방식이 보편적"이라며 "시공업체가 설계단계부터 참여하고, 가상공간에서 미리 설계를 시각화할 수 있는 시대에 구시대적 발주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