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공격받은 현대차.. 주식거래 23%가 공매도
조현민 갑질 파문 한진칼.. 경영권 위협 루머로 출렁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과제, 어려운 경영상황 등을 이용해서 차익을 보려는 외국계 헤지펀드와 공매도 기관 세력이 늘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의 공격과 함께 공매도 물량도 평소보다 급증하면서 한국 기업이 외국 기관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헤지펀드 공격에 공매도 물량도 덩달아 '뜀박질'
4월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지배구조 개편 관련 제안을 한 23일부터 26일까지 현대차의 공매도 비중은 평균 23%에 달했다. 전체 거래량의 5분의 1 이상이 공매도였다. 4월 26일 어닝쇼크 발표까지 더해지면서 이날 공매도 물량은 24만여주에 달했고, 공매도 거래대금은 382억원을 가리켰다. 평소 공매도 물량은 10만주도 안된 상황이었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과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매도 물량뿐 아니라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인 대차잔고 주수도 연초 400만주에서 4월 26일 현재 600만주를 넘어섰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엘리엇의 주주제안 발표가 있을 때마다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물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공격과 더불어 공매도 세력의 기승을 겪어야 했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2015년 6월 5일 삼성물산의 공매도량은 57만8171주(약 430억7000만원)를 기록하며 통계가 존재하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엘리엇의 지분매입 발표가 나기 전인 6월 1~3일 평균 삼성물산의 공매도량은 약 7000주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에 맞춰 공매도 물량도 급증하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해당 기업의 변동 폭이 확대되는 점은 공매도 세력에 차익을 실현하기 좋은 '황금어장' 환경이 조성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헤지펀드 기업 흔들기, SNS 타고 낭설 봇물 '주의'
엘리엇의 주주제안 요구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상당하지만 일단 시장에선 엘리엇의 한국 기업 흔들기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 시장은 외국 헤지펀드들이 과거 분쟁을 일으켜 주가를 띄우고서 시세차익을 챙겨온 투자방식을 이미 수차례 학습했기 때문이다.
과거 헤지펀드 소버린은 2003년 SK 지분 14.99%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고, 2년 만에 9000억원을 챙기고 돌아갔다.
지난 2004년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도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집한 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지분을 모두 팔아치워 3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둔 바 있다.
이런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논란과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헤지펀드 관련 근거 없는 소문까지 돌아 투자자들의 불안케 하기도 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의 물컵 갑질 여파에 헤지펀드 관련 소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지난 24일 SNS에서는 '한진칼 행동주의 펀드 시나리오'라는 글이 돌았는데, A운용사에서 한진칼 지분 5%를 취득하면서 경영참여를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내용은 구체적이어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날 하루 동안의 대차주수는 전날 대차주수(864주)의 299배에 해당하는 25만8454주를 기록했고 대차잔고 주수도 다시 110만주를 넘어섰다. 하지만 해당 시나리오는 낭설로 확인되며 해프닝에 그쳤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