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수출 영향 미미… 수출노선 다변화"
상무부 조사 거부 들먹여..100% 넘는 관세율 적용
향후 품목 확대 가능성 우려
미국이 한국산 화학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수출 물량이 크지 않아 규제 조치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향후 품목 확대 가능성과 함께 시장 가격 하락 등의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6일 화학과 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 한국산 페트(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수지(레진)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과 티케이케미칼 101.41%, SK케미칼 8.81%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롯데케미칼과 티케이케미칼의 경우 미국 상무부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해 높은 관세를 부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FA는 조사 대상 기업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미국 정부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양사는 최근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없는데다 향후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로 물량을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일본이 중국산 페트 수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일본에서의 한국산 제품 수요가 늘면서 미국 대신 일본쪽으로 공급선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페트 수지를 미국으로 수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케미칼 관계자도 "이번에 관세가 적용되는 제품은 미국 수출 제품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라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페트 수지를 현재 미국으로 수출하지 않고 있다. 종전에 수출 물량도 미미해 반덤핑 관세 영향은 없다"면서 "다른 국가로의 판매망을 확대해 수출 노선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페트 수지 반덤핑 조사는 DAK 아메리카스와 난야 플라스틱 등 미국 플라스틱 업체들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지난해 9월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업체들은 한국기업들의 덤핑 마진이 58.73∼103.48%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한국산 화학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한국산 가소제(DOTP)에 대해 2.71~4.0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엔 한국산 에멀전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ESBR)에 대해 9.66~44.3%의 반덤핑 관세를 물렸다.
이처럼 한국산 화학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가 계속되면서 다른 품목의 추가 조사 착수는 물론 일각에선 전체 시장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기업들도 미국 시장 수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다른 국가로 수출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 규제 조치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확대 가능성에 대해선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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