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슬러(사진)'에서 유해진표 큰 웃음만을 기대한다면 어쩌면 실망하며 영화관을 나올 수도 있겠다. 물론 '레슬러'에는 배우 유해진 특유의 생활형 웃음 코드가 많지만 그것보다는 가족, 그 중에서도 부모의 내리사랑이 주는 감동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지 20년,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유해진 분)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하며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스스로도 '살림꾼'임을 인정하는 유해진의 살림 9단 모습은 영화 속 유쾌함을 이끄는 핵심 코드다. 고기 한 근을 사더라도 흥정은 기본, 요리에 빨래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20년차 '프로 주부' 귀보를 유해진은 특유의 애드립과 재치 넘치는 연기로 그려낸다.
영화는 아들 성웅(김민재 분)과 레슬링을 연습하는 것을 시작으로 귀보의 일상이 철저히 아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식을 위한 희생이 삶의 전부가 된 부모와 그런 부모의 기대에 부담을 느끼는 자식이 미처 꺼내지 못했던 진심을 털어놓고 부딪치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보통의 가족이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유해진도 '레슬러'에 대해 "코미디보다는 유쾌함, 웃음보다는 감동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촬영하면서 자식이 아니라 부모 입장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홧김에 한 한마디, 그게 엄마 가슴에 못을 박았겠구나. 그때 왜 그랬을까. 그렇게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이다.
다만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과 해소 과정을 그린 전형적인 가족극이라는 점에서 진부함은 피할 수 없다. 아들의 여자친구가 아버지를 짝사랑한다는 설정도 좀 과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가정의 달인 5월, 능청스럽고 유쾌한 유해진의 개인기와 가족애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듯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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