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과잉시대일수록 아파트 고를 때 ′발품′은 필수
#1.서울 중랑구 빌라에서 전세세입자로 살던 A씨(34)는 최근 내집마련을 위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아파트 단지들을 둘러봤다. 대출 가능 금액 내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골라 중개업소를 찾은 A씨는 "아직 사지 말고 기다려보라"는 중개인의 말에 의아했다. 중개인은 "이 동네는 아줌마들의 '작업'이 심한 곳이라 호가가 부풀려졌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2.일일 방문자수 수천명을 기록하는 인터넷 블로그를 보유한 B씨(33)는 최근 온라인 홍보대행사로부터 신규 분양 아파트 소개글을 게시하면 건당 5~15만원의 원고료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수차례 받았다. B씨는 "맛집이나 생활용품을 홍보해 달라는 제안은 흔히 있는데 아파트까지 이런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A씨가 겪은 '작업'이라는 상황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이나 재테크 관련 커뮤니티에 본인이 사는 곳을 소개하는 것처럼 홍보글을 올리는 것이다. 이 같은 커뮤니티의 회원수는 50만명에서 수백만명에 이르는 곳도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지역은 인근 단지에 비해 저평가 됐다'라거나 '고민 끝에 ○○단지를 매수했는데 매우 잘 한듯 하다'라는 식으로 소위 '바람'을 잡는다. 이 때문에 회원이 많은 유력 커뮤니티에서는 홍보글이다, 아니다를 놓고 회원들 간의 논쟁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언급을 통해 검색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이미 아파트 단지 홍보에는 성공한 셈이다.
용인시 수지구 B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에 특히 본인이 거주하면서 인근 단지 갭투자를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 많다"면서 "서로 자기가 산 아파트 단지를 은근히 띄우면서 포털사이트에 게시되는 가격을 높게 형성해 실제 거래할 때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수지구 C공인 관계자도 "아파트로 갭투자를 하는 주부들은 두고 보통 전업주부가 아니라 최소 연봉 5000만원짜리 직장인이라고 할 정도"라면서 "이 동네 소형 아파트의 경우 작년 말, 올초와 비교해 3000만원 이상 뛴 물건도 있는 만큼 연봉 몇천이라는 말이 허풍은 아닌 셈"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집값 올리기가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다보니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이를 이용한 마케팅은 이제 필수가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에 '실수요자인 본인이 관심이 있어서 견본주택을 둘러보았다', '현장 홍보사무실을 찾았다'는 식의 글로 정식 분양 마케팅 전 '입소문'을 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분양하는 단지는 80% 이상 온라인 마케팅을 병행하고 있다.
이제 필수가 된 셈"이라면서 "초기에는 실수요자의 후기처럼 올렸지만 최근에는 '모 건설사의 직원을 받아 작성된 게시물'이라고 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라는 상품의 특성상 일일이 방문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는 경우가 많아 이런 마케팅도 성행하는 것 같다"면서 "부동산은 움직일 수 없는 자산인 만큼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 직접 찾아가보고 발품을 팔아 선택하는 것은 필수 요소"라고 조언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