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툰사이트 '밤토끼', 업계 피해액 2400억원.. 웹툰시장의 33% 규모
"피해 재발 없도록 정부 적극 단속 나서야"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국내 웹툰 업계와 웹툰 작가들이 모처럼 한숨을 돌렸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책을 손놓은 사이 국내 웹툰 업체가 직접 불법 웹툰 모니터링부터 고소를 진행해야 했다. 지난해 밤토끼 사이트 하나로 인한 피해액만 업계 추산 약 2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7240억원)의 약 33%가 피해를 입은 셈이다.
이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일에야 정부합동 침해대응특별전담팀을 구성하고 불법 해외 사이트 집중 모니터링과 차단에 나섰다. 웹툰 업계는 정부가 생태계를 겨우 구축한 웹툰 업계에 유사 피해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호막과 촘촘한 안전장치 등 적극적인 저작권 침해 행위 단속과 저작권법 개정 등 제도적 정비를 요구했다.
■정부.국회 손놓은 사이 업계만 '발 동동'
24일 국회와 관련기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부산경찰청의 밤토끼 검거의 숨은 공신은 웹툰 업계로 꼽힌다. 네이버웹툰, 다음웹툰, 레진코믹스 등 불법 웹툰 사이트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은 불법 웹툰을 직접 모니터링해 적발, 기관에 신고하는 동시에 저작권법 위법자에 대한 사법처벌 강화성도 제기했다.
밤토끼로 최대 피해를 입은 레진코믹스는 4년 전부터 핑거프린트 기술로 불법복제 유포자를 직접 적발해 신고하고, 심지어 해외에 주로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를 잡기 위해 해외 통신사업자(ISP)와 직접 접촉하기도 했다. 레진코믹스가 적발한 지난해 불법 웹툰 적발건수는 약 460만건에 이른다.
네이버웹툰 역시 불법복제 방지 시스템 '툰레이더'를 자체개발해 범인을 특정하는 데 기술적 도움을 줬다는 것이 네이버측 설명이다. 또 영화 불법복제 방지 홍보에 앞장선 영화배우와 같이 네이버웹툰도 유명 웹툰작가와 협업해 웹툰의 저작권 보호 필요성을 제기하는 홍보 웹툰을 올렸다.
다음웹툰도 지난해 초부터 불법 웹툰 사이트 모니터링과 정보를 취합하고 개별적인 신고를 통해 접속 차단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에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고소해 1명이 사법처리됐고, 지난 3월에는 밤토끼 운영자를 추가 고소했다. 박정서 다음웹툰 대표는 "지난 몇년간 불법 웹툰 사이트로 웹툰 작가와 웹툰 사업이 입은 피해는 심각했다"면서 "법, 제도 미비로 불법 웹툰 사이트 규모가 커졌던 점에 아쉬움이 남지만 향후엔 정부와 유관 기관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저작권법 통과 '시급'…차단 6개월→2주
웹툰 업계가 이같이 직접 모니터링과 고발, 해외 통신사업자에 접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영화, 음악과 달리 웹툰은 저작권법 보호 사각지대에 있었기 대문이다. 현행법인 정보통신망법의 불법유통정보에 웹툰은 '그밖의'인 9호에 해당했고, 불법 웹툰 사이트를 차단하려면 웹툰 업계가 저작권자 동의를 받아 저작권보호원에 신고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야 했다. 방심위가 이를 심의해 국내 통신사업자에 접속차단을 명령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2주, 이 전체 과정에 두달에서 여섯달까지 소요됐다. 웹툰이 불법 복제돼 퍼지는 시간은 2시간인데, 웹툰 업계와 웹툰작가는 속수무책으로 불법복제에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지난해부터 계류돼 있다.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소관부처인 문체부가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차단명령을 통신사업자에게 직접 내릴 수 있게 돼 신고부터 접속 차단까지 2주 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저작권법은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인데 20대 국회 들어 법사위가 자주 열리지 않아 계류됐다"면서 "국회가 일만 열심히 하면 5월 국회에도 당장 통과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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