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사회적 존경을 받는 건 각박한 세상에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려 기꺼이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어지간한 사명감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두려움이 없을까. 그런 차원에서 최근 소방관들이 열화상카메라의 도움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농연 속에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 인명 구조에 천군만마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열화상카메라의 도움으로 대형 사고를 막은 소방관들의 사례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열화상카메라는 시민이 제안한 사회 문제 해결 아이디어에 삼성전자가 힘을 보태는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을 통해 탄생했다. 2016년 현직 소방관(한경승, 경기 동두천소방서)이 포함된 ‘이그니스’ 팀이 공모전에 아이디어를 내 대상을 받았다. 열화상카메라 아이디어의 사회적 기여도가 크다고 판단한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과 제작, 보급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제작한 1000대의 열화상카메라는 지난해 소방의 날을 시작으로 전국 18개 시도 소재 소방서∙안전센터∙소방정대∙(테러)구조대 등에 순차적으로 보급돼 사용 중이다. 보급된 지 6개월여,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에는 소방관들의 사연을 정리한 글이 올라와 있다.
대표 사례를 소개한다. 경기 부천소방서 소속 장슬찬 소방관은 "설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2월 12일 오전 6시 8분께 경기도 부천의 한 원룸텔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았다"며 "화재가 난 곳은 ‘ㅁ’ 자가 겹쳐진 형태의 미로 같은 복도 안쪽이었는데 때마침 일주일 전쯤 보급받은 열화상카메라로 각 호 방화문을 비춰보니 유독 한 방의 온도만 4도 가량 높게 측정됐다"고 전했다. 이어 "손으로 방문을 여러 차례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고, 화재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어디선가 희미하게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휴대용 랜턴 뒷부분으로 창문을 깨고 열려는데 “쩍” 소리가 났다"고 기억했다. 창문 틈에 테이프가 둘러져있었던 것이다.
장 소방관은 "컴컴하고 연기 자욱한 방 안엔 번개탄 세 개가 피워져 있었고, 그 옆엔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진 제 또래 젊은 친구가 보였다"며 "호흡이 멎기 직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장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고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며 "신임 소방관이던 내가 난생처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경험이었다. 열화상카메라를 만들어주신 분들이 어찌나 고맙던지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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