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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닙니다 (10)믹스견 '데굴이' 입양한 조은서씨
지자체 보호센터 공고에서 발견..믹스견 데굴이의 입양 바로 결심
"혈통이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믹스견에 대한 편견 바꾸고 싶어"
조은서씨가 입양견 데굴이를 품에 안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믹스견(잡종견)보다는 품종견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믹스견이나 품종견이나 모두 똑같이 좋은 식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실제로 저희 강아지를 보고 너무 이쁘다고 무슨 종이냐고 물어 보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그 때마다 믹스견 자랑 실컷 한답니다."
한 지자체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믹스견 '데굴이'를 입양한 조은서씨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조씨는 지자체 보호센터 공고를 통해 데굴이를 처음 보게 됐다. 유기견 보호소는 10일 공고기간을 거쳐 주인이 찾아가지 않거나 새롭게 입양되지 않으면 유기견을 '안락사'를 한다. 조씨는 보호소가 집에서 먼 곳이라 고속도로를 타고 꽤 달려가야 했지만 몇번이고 데굴이를 보고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
■"믹스견은 특별한 개"
조씨가 데굴이에게 특히 마음이 가는 이유 중 하나는 데굴이가 믹스견이었다는 점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혈통견에 비해 믹스견 입양이 어려운 편이다. '똥개'나 '잡종'으로 불릴 만큼 믹스견에 대한 편견이 유독 심하기도 하고 그만큼 품종을 따지는 견주들이 많다.
조씨는 '혈통'이 없다는 이유에서 많이 버려지고 안락사를 당하는 믹스견인 데굴이 입양을 통해 믹스견에 대한 편견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이 모두 가정분양 또는 보호소를 통해서 반려 동물을 입양했기 때문에 샵에서 강아지를 산다는 건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라며 "지자체 보호소 공고 사진 속 데굴이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어 입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진짜 인연이 될 운명이 있는 것 같다. 데굴이를 처음 보러 갔을 때 아이가 의기소침한 상태여서 자꾸 숨는 바람에 얼굴을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지만, 마음 속으로 '꼭 다시 데릴러 올게' 하고 약속했다"며 "믹스견이여서 더 이 아이를 데려와야겠다 생각한 것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정말 사랑 많이 주고 잘 키워서 믹스견이나 품종견이나 모두 똑같이 좋은 식구가 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그래서인지 데굴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이쁘다고 무슨 종이냐고 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노력해야 다른 반려동물과 친해져"
조씨의 집에는 이미 다른 반려동물이 함께하고 있다. 집안의 대장인 '첫째' 토끼 클로와, '둘째' 고양이 레고가 함께 살고 있어 데굴이를 데리고 올 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조씨는 "데굴이가 새 식구가 되면 우리집 '막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서로 받게 될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굴이보다 기존에 있던 고양이 레고가 며칠간 좀 힘들어 했다"며 "데굴이가 워낙 활발한 성격이라 신경이 쓰였는지, 레고가 처음에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다"라며 "그럴 때마다 레고를 많이 챙겨줬더니 너무나 고맙게도 자연스럽게 레고를 동생으로 받아들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토끼 클로는 초반에 새 식구가 된 데굴이에게 텃세를 좀 부렸었는데, 지금은 둘이 같이 누워서 쉴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행인건 현재 셋 형제가 장난도 치고 서로 의지하며 아주 잘 지낸다"라며 "첫째인 토끼와 같이 과일 나눠먹기도 하고, 특히 막내인 데굴이가 배변을 하면 형인 고양이가 열심히 모래로 덮어주려고 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유기견 줄이려면 인식변화가 중요"
조씨는 유기견이 발생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유기 동물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 일 것 같다"며 "주변에 강아지 고양이를 새 식구로 맞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유기동물 보호소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아지 공장이라는 끔찍한 산업에 작게 나마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것이 유기동물 입양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라며 "공고기간에 입양을 가지 못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별이 될 뻔 했던 한 생명을 보듬는 위대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디서 새 식구를 입양할지가 우리에게는 정말 아주 사소한 선택이지만, 이 선택이 꺼져가는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아주 커다란 일이 될 수 있다"며 "상처가 있을지도 모르는 한 생명을 내가 치유해 주는 경험은 인생에 굉장히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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