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오늘은 한국은행이 창립된 지 68주년 되는 날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은행과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선배님들, 그리고 한국은행을 성원하고 격려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임직원 여러분께도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경제는 건설 및 설비투자가 조정을 받는 모습이지만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고용부진,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지만, 앞으로도 국내경제는 지난 4월에 본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는 성장·고용·소득·소비의 선순환을 제약하는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고용부진은 일부 업종의 업황개선 지연 이외에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도 기인하고 있습니다.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 등 특정 부문에 크게 의존하는 성장은 외부충격에 대한 우리 경제의 복원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소득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는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를 통해 소비를 제약할 소지가 있습니다.
국내외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때 구조개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주체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미룬다면 중장기적으로 훨씬 더 엄중한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구조개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제주체간 갈등을 원활히 조정하고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 한국은행이 하반기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아직 크지 않으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불균형이 커질 수 있는 점, 그리고 보다 긴 안목에서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 여력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성장과 물가의 흐름, 그리고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내년 이후 적용할 물가안정목표를 점검해야 합니다. 물가안정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 것인지는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 안착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기조적인 물가흐름 및 성장과 물가 간 관계의 구조적 변화 여부를 면밀히 분석하여 물가목표와 점검주기를 적정하게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설명책임 이행방식에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유효성 제고 노력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경제여건의 작은 변화나 정책당국의 말 한마디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방향과 관련하여 일관성 있는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금융안정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최근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의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금융불안이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해외 리스크 요인들이 함께 현재화될 경우 파급효과의 향방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들 리스크 요인의 변화를 더욱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새로운 경제 이슈에 대한 연구와 대응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분산원장기술, 핀테크 등 디지털혁신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안정 리스크와 통화정책의 운영여건 변화에 대한 분석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남북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북한경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앙은행에 요구되는 새로운 역할을 미리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내부경영에서 앞으로 4년간은 ‘변화와 혁신’에 역점을 두고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러한 약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즉시 반영할 수 있는 사안들은 제도를 정비하여 이미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인사 등 내부경영에 관한 권한을 하부위임하고 보고절차를 대폭 간소화하였습니다.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금번 내부경영 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음을 재차 강조하고자 합니다.
제도가 사고와 행동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제도 개선을 끊임없이 추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이 결실을 맺으려면 조직문화나 구성원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상위직급부터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솔선수범한다면 임직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제적인 성과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운영리스크를 관리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IT시스템, 보안, 법률 리스크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행에 대한 외부의 평판이 크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이를 예고하는 작은 문제점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소한 징후라도 감지된다면 이를 소홀히 다루지 말고 원인을 규명하여 철저히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최근 우리 경제가 금융·경제 불안을 겪고 있는 일부 신흥국과 달리 양호한 대외신인도를 유지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는 소임을 다 해온 여러분들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말고 더욱더 변화와 혁신을 모색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창립 68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임직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6월 12일
총재 이 주 열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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