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 등으로 실내에서 꽃 등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물 주기 등 관리는 귀찮아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공기 중의 습기를 모아 자체적으로 '물 만드는 화분'을 개발했다.
물 만드는 화분 개발의 주역은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에서 근무하는 김재순 박사(사진). 김 박사는 화훼산업 활성화를 위해 판로 개척도 중요하지만 식물 키우기를 꺼리는 이유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박사는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지만 꽃에 물 주기는 귀찮아해 식물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꽃을 재배하는 화훼농가와 화훼산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박사는 사람들이 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방법부터 고민했다.
김 박사는 "사람들이 화분에 물주기를 귀찮아하는 점을 없애주면 꽃 등 식물 소비가 확대되고, 화훼농가와 화훼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연구 초기 한국의 환경에서 물을 줄 필요가 없는 식물부터 찾았다. 하지만 개체 수가 매우 적고, 이미 화려한 꽃을 본 소비자들이 선호할지도 불투명했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김 박사는 "여러가지 사례를 찾아본 결과 안개나 이슬을 모아 농업용수나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공기 중의 습기'를 이용한다는 점을 착안, '물 만드는 화분'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 화분은 기체 상태의 습기나 이슬점보다 낮은 온도의 물체를 만나면 물로 변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화분 내부에는 냉각판·열전소자·냉각팬 등이 있고, 별도로 전기를 공급하는 어댑터도 갖췄다.
김 박사는 "습기는 확산작용을 통해 대기 중에 균일하게 분포돼 있다"며 "이 습기를 모아 화분이 식물에게 수분을 공급하면 물을 줘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 중 습기만 가지고도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는 공기 중 습기도 수자원으로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는 매년 가뭄 등으로 여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기 중 습기를 응축해 사용한다면 도시 조경, 개인정원, 하우스, 온실 등에서 가뭄 등 외부환경의 영향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향후 태양광과 연계한 화분 개발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김 박사는 "물을 주지 않아도 되고,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도 되는 화분을 만들 계획"이라며 "농장에서 화분에 식물을 심어 판매하면 사용자는 치유정원이나 실외에 놓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화분이 조금 더 완성도 있게 개발된다면 도시의 소비자는 더 많은 화분과 식물을 구매할 것이고 화훼농가의 어려움도 완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융복합 연구를 통해 도농상생의 기반기술을 만드는 연구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