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었지만, 그럭저럭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소녀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유도 모르고 쫓기던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능력을 자각한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는 국내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어쩌면 처음인 듯한 여성 슈퍼히어로 이야기다.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마블이나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가 일련의 시련 앞에서 자신의 힘을 키우고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는 정형화된 패턴을 '마녀'도 따라간다. 자윤은 과거를 잊고 쫓기다 각성하고, 결국 악당들과 맞서기 시작한다. 시즌2를 염두에 둔 듯 한 편으로 서사가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구조라기 보다는, 한 영웅이 탄생하는 서두의 느낌이 강하다.
박 감독도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인 것에서 시작한 영화다. '마녀'의 이야기는 여성 캐릭터로 풀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해서 여성 중심적인 설정으로 만들었다"며 "'마녀'는 시리즈로 생각하고 기획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여성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만큼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여성 캐릭터가 특히 강렬하다.
자윤 역의 신예 김다미는 데뷔작 임에도 인상적인 열연을 펼쳤고, '닥터 백' 역으로 4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조민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압도적 존재감을 자랑한다. 소재 자체가 신선하고 파격적인데다, 쫓기는 과정에서 증폭되는 미스터리나 슈퍼히어로로 각성한 뒤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만화적 요소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듯하다. 27일 개봉.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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