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동시 접속자 5000여 명이 즐기는 소셜 VR 'VRChat'
노래방부터 미술관·노천온천까지 현실을 그대로 옮긴 가상세계
▲ 소셜 VR 서비스 ‘VRChat’
가상현실을 주제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주인공 웨이드는 영화 속 가상현실 프로그램 ‘오아시스’을 두고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상상한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속에서만 있을 거 같은 가상현실 체험이 현실에도 가능한 곳이 있다. 바로 소셜 VR 서비스 ‘VR챗(VRChat)’이다.
VR챗은 2017년 2월 1일 스팀(Steam)에 정식 출시돼 현재까지 다운로드 횟수가 415만건에 달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을 분석하는 웹사이트 스팀 챠트(STEAM CHARTS)에 따르면 VR챗은 전 세계 일일 동시 접속자 평균 5000명에 순간 최대 접속자는 약 2만명에 이른다.
VR챗은 아바타로 접속해 다양한 주제의 공간을 넘나들면서 육성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함께 게임을 즐기고 때론 노래방이나 미술관 견학 등 가상현실에 구축된 다양한 생활을 즐기는 세컨드 라이브라 할 수 있다. 앞서 비슷한 서비스로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 ‘산사(Sansar)’, ‘REC ROOM’가 출시됐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VR챗이 나오면서 소셜 VR 서비스의 대중화를 열고 있단 평가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PC 기반 VR 헤드셋(VR HMD) 오큘러스의 리프트(Rift)이나 HTC의 바이브(Vive), 플레이스테이션 VR 등을 사용하지만 PC로도 제한적으로나마 실행할 수 있다.
▲ 유튜버 ‘Seren_di’가 VRChat에서 외국인 친구를 초대해 한국의 술자리 게임을 알려주고 있다./사진= 유튜브 'Seren_di' 채널 화면 캡처
▲ 유튜버 ‘Seren_di’가 VRChat의 사진방에서 친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사진= 유튜브 'Seren_di' 채널 화면 캡처
■ 아바타로 만난 가상현실 속 친구,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져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80·90년대 비디오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했던 각종 캐릭터나 요소들이 등장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VR챗 또한 가상현실 속에서 다양한 아바타로 변신할 수 있다.
VR챗은 수백 가지 캐릭터를 고를 수 있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가령 건담이나 킹콩같이 대중적인 캐릭터도 있지만, 좀 더 매니아틱한 ‘칸나 카무이’나 ‘오우카 미코’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많다.
기존의 소셜 VR 서비스가 아바타를 헤어스타일, 스킨, 의상 등을 개별적인 아이템으로 취급하여 캐릭터를 꾸며야 했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사용자는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사용자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3D 모델링로 구현해 아바타로 사용하거나 심지어는 호랑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인, 거인까지 상상하는 그 무엇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
이러한 개성 넘치는 아바타는 가상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발점이 된다. 관심 있는 아바타의 모습은 처음 보는 이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고, 이렇게 알게 된 아바타를 친구로 설정해 함께 볼링을 치거나 영화를 보는 등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과정을 거쳐 친목을 다진다.
VR챗에서 일어난 일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한국인 유튜버 ‘Seren_di’는 최근 꾸준히 활동하면서 가상현실에서 여러 명의 친구를 두고 있다. 이들 대부분 외국인이다.
그는 가상현실 속에서 사귄 친구가 실제 오프라인에서도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가상현실에서 사귄 친구가 현실에서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미 3명의 한국인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났고,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친구 2명을 만나 모임을 하기도 했다. 처음엔 외국어 공부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친구들과 가상현실에서 어울리는 게 더 큰 의미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VR챗의 특징은 현장감이 뛰어나 내 방 안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이 느껴진다. 다만 이따금씩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라고 전했다.
▲ 유튜버 ‘이모코(えもこ)’가 ‘VRChat’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사진= 유튜브 'Emoco Ch. / えもこ' 채널 화면 캡처
▲ 소셜 VR서비스 ‘VRChat’ 속의 가장 미술관 VMuseum의 모습. 사용자가 트위터에 그림을 올리면 가상현실 속에 전시를 할 수 있다.
■ 가상 현실 속에서 개인 미술전을 꿈꾸는 일본인 이모코 씨
일본인 유저 이모코(Emoco) 씨는 자신을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화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가상현실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를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000명이 넘으면 VR챗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이모코 씨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가상 현실 속 최초의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라면서 "가상현실은 나의 작품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무료로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이자 꿈을 이루는 공간이다"라고 밝혔다.
VR챗에서는 가상현실에서 그린 그림만 전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곳에선 유저 누구나 자신의 그림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 ‘VMuseum’이 개설돼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는 트위터에서 해시태그 '#VMuseum’과 함께 사진 파일을 올리면 그만이다. VMuseum에는 매회에 30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작품 옆에는 그림을 올린 트위터 ID가 노출된다. 전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작품으로 바뀐다.
■ VR챗 알린 ‘우간다 너클즈’는 무엇?
애초 VR챗이 대중들에 알려진 계기는 ‘우간다 너클즈’라는 아바타의 활약이 크다. 우간다 너클즈는 지난해 말, 어느 외국 유저가 소닉의 너클즈 캐릭터를 아바타로 사용하면서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You do not know the way(너는 길을 모른다)’ 혹는 ‘Do you know the way?(너는 길을 알고 있나?)’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다른 사용자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이후 우간다 너클즈를 따라 하는 사용자가 나타났고 이 같은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엄청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올해 1월에는 순식간에 접속자가 9200여 명까지 올라서는 등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우간다 너클즈들이 무례한 활동으로 다른 사용자에게 피해를 준 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VR챗을 알리는 데는 큰 역할을 한 셈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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