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등교육재단이 3일 서울 테헤란로 재단 컨퍼런스홀에서 연 중국석학 초청강연에서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전 세계은행 부총재)가 강연을 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 경제 멘토로서 중국 경제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온 경제 석학이 신자유무역주의를 비판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을 지목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초청으로 방한한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3일 서울 테헤란로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젊어지는 중국, 세계 경제에 주는 의미'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모두가 중국은 망할 것이라 했지만 중국은 성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린 교수는 2008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보임해 부총재를 역임했으며 현재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이며 중국 국무원 참사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상무위원이다.
린 교수는 "지난 40년간 중국은 한번도 금융위기나 경제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다"며 "1979년 이후 정부가 적절하게 개입하고 선진국의 기술과 시스템 등 후발주자의 이점을 활용했다. 그 결과 노동집약적, 기술혁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1950~60년대 중국은 가난한 나라여서 자본집약적 산업 육성이 힘들었다"면서 "정부 지원으로 비교우위를 갖춘 산업을 집중 육성해 교역량을 증가시켜 자본을 갖게 됐고, 이 자본을 통해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재편을 꾀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린 교수는 개도국이 경제 전환기에 실패를 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를 따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개도국 정부들이 너무 많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은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며 "중국은 보조금과 보호 없이는 국영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정책적으로 보호했다. 자동차와 조선 등 산업의 이점을 잘 활용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개도국들은 서구에서 만든 개발 아이디어를 그대로 채용해 실패했다. 똑같은 전략으로는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론적인 혁신을 추구할 때 좀 더 적절한 정책 조언을 할 수 있고 개도국이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는 특별경제구역을 만들어 구역 안에서 인프라를 제공했고, 모든 것을 자유화했다. 투트랙 접근법을 취한 것"이라며 "이는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역동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다만 부정부패와 소득격차 확대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덧붙였다.
린 교수는 오는 2028년까지 중국이 6~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그 근거로 주변 국가의 성장 스토리를 들었다. 중국의 2008년 1인당 GDP는 미국의 21%였다. 이를 일본은 1951년, 싱가포르는 1967년, 대만은 1975년, 한국은 1977년에 각각 달성했다.
린 교수는 "이들 국가는 미국 1인당 GDP의 21%를 달성하고 20년 넘게 8~9% 성장했다"며 "중국도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린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고관세를 매기면 미국도 타격"이라며 "미국이 생산하지 않는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해 관세를 적용하면 결국 미국 소비자가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국가에서 관련 품목을 수입하면 비용은 더 높아지게 된다"면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결국 줄지 않고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돼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완전한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0.3%포인트, 중국은 0.5%포인트씩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연간 6.5%로 고성장을 보이는 중국에 0.5%포인트 하락은 견딜 수 있는 수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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