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채 시장서 선회 CP 발행 6조5000억 육박
롯데그룹이 단기자금인 기업어음(CP)시장에서 조달 규모를 불리고 있다. 롯데 계열사가 발행한 CP 잔액은 6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롯데카드, 롯데쇼핑 등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다수여서 공모채보다 CP 발행을 선호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의 CP 발행잔액(4일 기준)은 6조4855억원에 이른다. 롯데카드가 1조44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호텔롯데 1조4100억원, 롯데쇼핑 9000억원, 롯데캐피탈 8750억원, 롯데물산 6700억원 등이다. 롯데지주는 290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이상 장기 CP를 늘리는 계열사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CP는 통상 1년 미만으로 발행하는 단기채로 3~6개월 차환발행된다.
부산롯데호텔은 이달 2일 2년 만기의 CP 1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CP 신용등급은 A1 수준으로 발행금리는 연 2.578%에서 결정됐다. 지난 3월 700억원어치의 장기 CP 1년물을 발행한지 3개월 만에 추가로 발행한 것이다.
부산롯데호텔은 만기도래 예정인 기업어음과 회사채 차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1250억원의 CP와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등 모두 1750억원을 차환하거나 상환해야 한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해 12월 3년 만기 CP 1500억원을 찍은 바 있다. 롯데쇼핑은 신용도가 악화하면서 공모채 시장을 피했다. 신평사들은 지난해 9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이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의 계열사 신용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여전히 이들 회사는 신용등급 전망에서 '부정적'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오려면 신용평가사로부터 장기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며 "롯데 계열사들은 장기 신용등급을 안 받고, 쉽게 자금조달을 하려는 목적에서 CP시장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등급 전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왔다가 체면을 구기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CP 금리가 회사채 대비 저렴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실제로 롯데쇼핑 측은 당시 DB금융투자에서 먼저 CP 3년물을 제안한 것으로, 발행조건이 좋아 차환자금 목적으로 발행했다고 설명했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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