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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인터뷰] ‘마녀’ 박훈정 감독 “김다미, 천하태평…속 모르겠다”

[fn★인터뷰] ‘마녀’ 박훈정 감독 “김다미, 천하태평…속 모르겠다”


박훈정 감독이 신작 '마녀'으로 전작 '신세계'를 지울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신세계’ 박훈정 감독이 ‘VIP’ 이후 1년 만에 내놓는 여성 원톱 액션영화로 기대를 모은 '마녀'는 박훈정 감독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를 잊을 만큼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담았다. 느와르의 대가답게 전작들의 장점을 담으면서도 인물의 세밀한 감정표현으로 이야기를 풍부하게 장식했다.

이처럼 박훈정 감독의 새로운 장르적 도전을 담은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작품은 신선한 소재와 설정으로 긴장감을 꾸준히 고조시키며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이렇듯 호평 속에서 흥행 중인 '마녀'지만 박훈정 감독에게는 기획 초반 남다른 고충이 있었다. 많은 이들의 만류로 '마녀'는 '묵혀놓은 작품'이 됐다는 박훈정 감독은 하지 말라는 반응을 볼 때마다 더욱 하고 싶었다고 웃으며 고백했다. 그에게는 '마녀'를 밀어붙일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학창 시절 '아키라' '공각기동대' '최종병기 그녀'를 보면서 꿈꾸던 이야기다. '마녀'는 그 시절 나중에 해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만류하는 이들은 '한국 관객들이 이런 것을 싫어한다. 한국 관객들은 리얼한 것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만화 같은 이야기를 유치하다며 싫어한다'더라.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몇년 사이 마블 영화들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만화 같은 이야기가 불패를 맞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생한 '마녀'는 개봉 이틀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신념으로 완성된 영화이기에 1위에 대한 소감이 조금 남다를 법하지만 박훈정 감독은 겸손하게 "힘겹게 했다"며 손사레를 쳤다.

"1등은 좋은 거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기대감은 크게 없다. 개봉하고 나니까 오히려 덤덤하다. 개봉 전에는 '잘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당연히 있었지만 조마조마한 마음과 스트레스도 있었다. 인터넷을 끊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한달 후 찾아볼 것이다."

박훈정 감독의 말을 따르자면 '마녀'는 종합 코믹스다. 그는 만화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실사화 해서 만들지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거쳤다. 자칫 유치해지고 톤이 뜰 수 있는 판타지적 구조에 대한 연출적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외화로 익숙한 이야기지만 한국에는 없다.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아야 했다. 이야기와 한국의 배경이 어울려야 한다. 연출할 때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아무래도 액션이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의도한 바대로 잘 나오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여건이 됐으면 조금 더 이야기적을 손볼 수 있었을 것 같고 조금 더 오락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주어진 상황에서 제작비 압박 등 주어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잘 만들었다."

[fn★인터뷰] ‘마녀’ 박훈정 감독 “김다미, 천하태평…속 모르겠다”
'마녀'는 개봉하자마 스코어와 화제성을 둘 다 잡으며 연신 호평을 받았다. 특히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존재감을 드러낸 신예 김다미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김다미는 '마녀'를 통해 영화배우 브랜드평판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훈정 감독이 발견한 '진흙 속 진주', 김다미는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구자윤 역을 맡아 신인 답지 않은 단단한 연기력 드러냈다. 극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김다미는 지금껏 본적 없는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다.

"아무래도 캐스팅을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친구들은 원래 제가 아니어도 다른 기회를 나왔을 것이다. 운이 좋게 먼저 발견한 것 같다. 자윤 역의 오디션을 진행하며 지쳐갈 무렵, 초조한 그 순간 김다미가 나타났다. 제가 생각했던 자윤이라는 캐릭터와 흡사하다. 양극단을 오가는 얼굴이 필요했다. 연기 경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다. 아무도 모르게 동남아 어디서 연기를 해왔던 것이 아닐까. 천하태평이다. 속을 모르겠다. 대범한 건지 어쩐건지. 워낙 연기를 잘해 현장에서 나는 아닌 것만 말해주면 됐다."

더불어 조민수 역시 화제를 자아냈다. 시나리오 상 닥터 백(조민수 분)의 성별을 변경해가며 조민수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캐스팅 때문에 남자 배우를 놓고 대입을 해봤는데 적격인 인물이 안 떠오르더라. 회의도 하는데 닥터 백이 성별이 남자여야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여성으로 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여성 캐릭터라 하면 누가 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민수가 먼저 떠올랐다. 다들 굉장히 잘 어울릴 것이라고 대답해 바로 시나리오를 보냈다."

또한 '마녀'는 박훈정 감독의 장르적 도전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SF부터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모두 망라한 '마녀'. 박훈정 감독은 '마녀'를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착안했다며 열정적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야기의 반전과 복선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다. 또한 극 말미 액션 씬은 통쾌한 쾌감을 전한다. 극 전체를 아우르는 선율 역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나는 성악설을 믿는다. 작품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존재의 이야기다. 티 안나게 잘 담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내 철학적 고민을 찾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영화는 부담 없게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선과 악을 오가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자윤(김다미 분)이 최종적으로 선을 택할지 악을 택할지 마지막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마녀'는 개봉하자마자 후속작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끓었다. 극 말미 예측하지 못한 전개와 함께 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담기며 '마녀2'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극장가의 관심이 모였다.

"구상은 미리 돼 있다. 내용과 설정, 캐릭터들이 정리됐다. '마녀'는 시리즈물로 기획한 것이기에 본편의 이야기 시작이 준비 돼있다. 이제 마녀의 소개는 끝났고 이 마녀가 무엇을 할 건지가 나올 것이다. 작품이 좋은 결과가 있으면 다음 이야기가 있겠다. 아직은 내가 말할 것이 아니다."

박훈정 감독은 인터뷰 내내 겸손한 태도로 미래에 대한 말을 아꼈다. 그는 어떠한 포부보다도 '마녀'가 서장을 끝마쳤으니 다음과 끝이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렇듯 조심스러운 욕심을 가진 박훈정 감독에게는 딱 한가지 소망이 있었다.

단순히 자윤이 길을 떠났으니 미아가 되지 않도록 같이 가고 싶다고 밝힌 박훈정 감독. 한국 느와르 장르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국내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넓힌 박훈정 감독의 '마녀'는 여전히 흥행 강세를 보이며 박스오피스 한국 영화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관객들이 '마녀2'를 만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