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포트라이트 - 국민연금 왜 이지경까지 왔나] (中) 연못 속 고래 오명 벗으려면
최근 5년 평균 수익률 5.18%, 캐나다.네덜란드 절반 수준.. 이대로면 2058년 기금 고갈
전문성 갖춘 운용 인력 확보·해외주식·대체투자 늘려야
지난 3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보유 중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일부를 1조1000억원에 팔았다. 2010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셀트리온그룹에 4000억원을 투자한 테마섹은 당시 남은 지분가치가 7조원에 달했다. 8년 만에 20배 가까운 평가이익을 낸 것이다. 국내 기관들이 셀트리온 투자를 외면할 때 테마섹은 셀트리온의 기술력을 인정한 결과다. 거액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해뒀다. 투자 초기에는 이자를 받다가 회사가 본궤도에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더 큰 이득을 취하는 전환사채(CB)에 투자한 것이다. 63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위기다. 기금운용본부를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조직이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돈 굴릴 사람이 떠나니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초라할 정도다.
■기금운용본부 정원 32명 부족
기금운용본부 인력 이탈은 지난해 국민연금본부의 지방이전과 기금운용 본부장 자리가 1년째 공석인 탓이 크다. 해외대체실장은 1년5개월째 공석이고, 주식운용실장도 최근 해임됐다.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행을 해오던 조인식 해외증권실장도 사의를 밝힌 상태다. 기금 운용과 관련, 주요 책임을 맡은 감독과 코치(6명) 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네 자리가 '땜질'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실무 운용 인력들의 이탈도 꼬리를 문다. 전주 이전을 앞두고 2016년 30명, 2017년 27명이 사표를 썼고 올해도 10여명이 사표를 냈다. 6월 말 기준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은 242명으로 정원 274명에서 32명이 부족하다.
정부도 문제점을 모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기금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기금운용 전담조직의 전문성을 높이고, 지방 이전 뒤 발생하는 인력이탈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 수익률이 잘 나올 리가 없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국민연금 수익률은 -0.21%다. 원금을 까먹었다. 최근 5년 평균 수익률도 5.18%로 세계 6대 연기금인 캐나다(12.24%), 네덜란드.노르웨이(9.32%), 미국(9.16%)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수익률은 7.28%로 5년 만에 최고지만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 8.8%, 사학연금 9.2%에도 뒤졌다.
가뜩이나 국민연금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시기가 앞당겨지는 마당에 수익률 저하는 심각한 문제다. 앞서 정부는 2013년 국민연금 적립금이 오는 2060년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2058년 소진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고갈 시기가 2년 더 앞당겨진 셈이다.
■해외 및 대체투자 늘려야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려면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부족한 인적자원으로는 언감생심이다. 돈을 더 내고, 덜 받는 수밖에 없다.
테마섹의 셀트리온 투자처럼 성공한 투자는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이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운용역 한 사람이 너무 많은 돈을 굴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6년 운용역 1인당 1조7000억원을 굴려 네덜란드 공적연금(7000억원)에 비해 2.5배 높았다. 하지만 1년6개월이 지난 지금은 국민연금 1인당 운용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네덜란드의 4배 가까이로 늘었다.
국민연금은 인력풀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해외주식이나 대체투자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 비중은 70%가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내 기업은 770개가 넘고,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300개에 이른다. '연못 속 고래'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연금의 소진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면 우선 해외주식과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채권투자 비중이 50% 수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은 19%만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식과 실물자산에 주력한다. 네덜란드공적연금도 채권 비중은 30%에 불과하고,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이 60%를 넘는다.
20%대인 해외자산 투자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일본 공적연금은 해외자산 투자 비중이 40%, 캐나다 공적연금(CPPIB)은 80%나 된다. 한 증권사 연기금 운용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주고 국민연금 적립금을 정권사업에 끌어쓰려는 시도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