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 마지막날 18번홀 그린으로 걸어 오면서 팬들과 눈물의 교감을 하고 있는 렉시 톰슨. 톰슨은 시청자 제보로 4벌타를 받아 연장전에서 유소연에게 패했다. 사진=렉시 톰슨 인스타그램 캡처
필 미켈슨(미국)이 올 들어 두 차례나 룰을 위반해 구설이다.
US오픈에서 움직이는 볼을 때려 2벌타를 받은데 이어 이번에는 지난 9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는 라이를 개선했다가 2벌타를 받았다. 7번홀 티박스에서 볼을 티에 올려놓은 뒤 티 앞쪽의 잔디를 드라이버 헤드로 툭툭 내리쳤던 것. 골프 규칙 13조2항 '라이 개선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움직이는 볼을 치고 나서 "룰 위반인 걸 알고도 그랬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던 미켈슨은 이번에는 "룰 위반인 줄 몰랐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가 선정한 프로 골프 사상 최악의 벌타 사례 10개에 미켈슨의 이런 벌타는 모두 포함됐다. 미켈슨의 사례 2개를 제외한 미국프로골프협회가 선정한 역대급 벌타 사건은 다음과 같다. 그 중 최악의 벌타 사건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 받은 렉시 톰슨(미국)의 4벌타다.
▲하루 13차례 룰 위반으로 26벌타 받은 이마다 = 2010년 중국 선전에서 열린 미션 힐스 스타 트로피 1라운드에서 이마다 류지(일본)는 벌타로 26타를 잃었다. 2언더파 스코어를 제출했지만 벌타를 더해 제출한 최종 스코어는 자그만치 24오버파였다.
비가 와서 코스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터라 1라운드는 볼을 집어 올려 닦은 뒤 내려놓고 치도록 했다. 보통 이런 로컬룰을 적용할 때는 볼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1클럽 이내에 내려 놓는다. 그러나 이 대회 때는 통상적인 1클럽 이내 거리가 아니라 '스코어카드 1장' 거리, 즉 한 뼘 이내 거리에 볼을 내려놔야 했다.
그런데 이마다는 12번홀에서 1클럽 거리에 볼을 내려 놓았다. 동반 선수가 이를 지적했고 이마다는 경기위원을 불렀다. 경기위원은 지금까지 몇차례나 1클럽 거리에 볼을 내려놓았느냐고 물었고 이마다는 "13번 정도 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경기위원은 룰 위반 한 번에 2벌타씩 모두 26벌타를 부여했다.
▲플로이드의 하루 두 번 2벌타 = 198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11번 홀에서 레이먼드 플로이드(미국)의 캐디는 플로이드가 티샷하기 전에 볼이 떨어질 지점 부근으로 미리 이동해 페어웨이 옆 러프에 골프백을 내려놨다. 플로이드가 티샷한 볼은 정확하게 골프백을 맞췄다. 규칙 19조2항(볼이 선수 자신의 몸이나 캐디, 기타 선수의 소유물에 맞으면 2벌타 부과)에 따라 플로이드는 2벌타를 받았다.
그러나 플로이드의 불행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자 플로이드는 6번 홀 티박스에서 연습 삼아 볼을 숲을 향해 날렸다. 이는 스트로크 플레이 경기 중 연습을 금지한 규칙 33조2항을 위반한 행동이었다. 플로이드는 또 2벌타를 받았다.
▲자신이 친 볼에 맞은 매거트 = 2003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를 2타차 선두로 시작한 제프 매거트(미국)는 4번홀에서 2벌타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은 우승을 놓치는 빌미가 됐다. 360야드짜리 파 4홀인 4번 홀에서 매거트가 2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볼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벙커에서 53도 웨지로 가볍게 쳐낸 볼은 벙커 턱을 맞고 튀어 매거트의 가슴을 때렸다. 2벌타를 받은 매거트는 4번홀을 트리플보기로 홀아웃하며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백스윙하다 갈대 건드려 벌타 받은 데이비스 = 2010년 PGA투어 헤리티지 연장전에서 브라이언 데이비스(미국)는 해저드 구역에 떨어진 볼을 쳐 그린에 올려놨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경기위원을 불러 백스윙 도중 갈대를 건드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당시 경기 장면 영상을 보면 데이비스가 친 것은 갈대라기 보다는 베어진 상태의 루스임페디먼트였다. 그래서 그는 2벌타를 받았고 연장전에서 짐 퓨릭(미국)에게 져 우승을 내주었다.
▲'벌타 예고' 모른 채 우승한 존슨 = 더스틴 존슨(미국)은 2016년 US오픈 최종 라운드 5번 홀 그린에서 막 어드레스를 하는 순간 볼이 움직였다. 존슨은 경기위원을 불러서 볼이 움직인 사실을 알렸다. 경기위원은 벌타 부과 여부를 즉시 알려주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 결과 1벌타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존슨이 라운드를 마칠 때까지 경기위원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자신의 타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경기를 펼쳤으나 존슨은 벌타를 받고도 3타차 완승을 거두었다.
▲벙커인지 아닌지 헷갈려 2벌타 받은 존슨 = 더스틴 존슨은 2010년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도 벌타를 받았다. 존슨은 최종 라운드 17번홀까지 1타차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예약했다. 하지만 18번홀에서 사단이 났다. 티샷한 볼은 페어웨이 오른쪽 모래와 잔디가 섞여 있는 황무지에 떨어진 것. 아무 생각없이 존슨은 볼을 치기 전에 클럽을 땅에 댔다. 하지만 당시 로컬룰은 모든 모래 지역은 벙커로 간주한다는 것이었다. 존슨은 2벌타를 부과 받았고 그의 생애 첫 메이저 우승 기회도 사라졌다.
▲실수로 물에 빠트린 볼 못 찾아 벌타 = 2017년 미국 대학 골프 배턴 루지 지역 대회에 출전한 잭슨빌 대학교 4학년 데이비스 윅스는 13번홀 그린에서 집어 든 볼을 실수로 떨어트렸다. 신발 끝에 맞은 볼은 경사를 타고 구르더니 그린 옆 연못 속으로 사라진 것. 골프 규칙은 반드시 티샷한 볼로 홀아웃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분실한 볼을 찾지 못하면 2벌타를 받아야 한다.
윅스는 속옷 바람으로 연못에 뛰어들어가 20개가 넘는 볼을 건졌지만 정작 자신의 볼은 찾지 못해 2벌타를 받았다. 2004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 이언 폴터(잉글랜드)도 그린에서 볼을 집다 놓쳐 연못에 빠트렸다. 하지만 트레이너가 물속에서 볼을 찾아내 폴터는 벌타는 면했다.
▲한꺼번에 4벌타 받고 규정까지 바꾼 톰슨 = 작년 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3라운드 17번홀 그린에서 렉시 톰슨(미국)은 마크하고 집어 올린 볼을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닌 지점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 TV 시청자에게 제보를 받은 경기위원회는 비디오 분석 끝에 톰슨이 오소 플레이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위원회는 4라운드 경기 도중 톰슨을 찾아가 오소 플레이 2벌타에 잘못된 스코어카드 제출에 2벌타 등 모두 4벌타를 부과했다고 통보했다. 선두를 달리다 한꺼번에 4타를 잃어버린 충격에 휩싸인 톰슨은 결국 연장전에 끌려가 유소연(28·메디힐)에 패하고 말았다.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즉각 규칙을 개정했다. 새 규정은 시청자 제보를 바탕으로 선수의 규정 위반을 적발하지 않고, 벌타가 주어진 사실을 모르고 스코어카드를 냈을 때는 스코어카드 오기에 벌타를 매기지 않도록 했다. 바뀐 규정은 '렉시룰'이라고 불린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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