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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ange] 인천공항급 화물터미널 앞세워 유라시아 물류 허브로 성장

新북방경제벨트를 가다 <5>산업한류의 거점 우즈베키스탄.. 중앙亞 최대 자유경제구역 나보이
한국 경제특구 모델로 건설
우즈벡 정부 개방정책 힘입어 최근 생산공장 건설 등 활발.. 입주사 중 한국기업이 20%
한진그룹, 공항·터미널 운영 "항공·육상물류 거점 변신"

[Big Change] 인천공항급 화물터미널 앞세워 유라시아 물류 허브로 성장

【 나보이(우즈베키스탄)=한영준 기자】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역에서 내려 차를 타고 15분 정도를 달리면 37번 국도가 나온다. 사마르칸트에서 시작해 나보이를 지나 부하라까지 가는 이 도로는 수세기 전 '실크로드'라고 불렸다. 국도 인근에는 동서양 교역을 위해 사막을 건너던 상인들이 만들어 사용한 인공 오아시스와 그들이 묵던 숙박시설 터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부하라에서 사마르칸트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관광객들은 이곳에 잠깐 차를 대고 동서양을 잇던 상인들의 발자취를 느꼈다.

과거 유라시아 반도를 연결했던 '실크로드의 도시'에, 21세기 유라시아 반도의 물류 허브를 꿈꾸는 자유경제구역이 들어섰다. 중앙아시아 최대의 자유경제구역으로 꼽히는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자유경제구역(FEZ)'이다.

■'미완의 대기(大器)' 나보이, 잠재력 터지나

지난 2008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처음 자유경제구역으로 지정된 나보이 자유경제구역은 생산지역과 배후지역을 합쳐 총 561만9834㎡ 규모로 서울 여의도의 2배 크기다.

처음부터 크게 지은 탓에 공터가 곳곳에 있었다. 생산지역 정문으로 뻗어있는 도로 인근에는 입주기업들이 차 있지만 이곳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여백의 미를 자랑한다. 생산지역에 입주가 덜 돼 있어서 배후단지도 완전히 개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입주와 공사가 한창이었다. 알루미늄 프로필을 만드는 '그린라인프로필'이 1차 입주를 끝내고 나머지 구역 입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린라인프로필은 우즈베키스탄의 대기업 아크파 그룹과 영국 기업이 만든 합작회사다. 나보이 자유경제구역 관계자는 "현재 짓고 있는 현장은 히터 생산공장이고, 그 앞에 있는 터는 플라스틱 프로필 생산공장이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나보이 자유경제구역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중앙아시아 최고의 자유경제구역으로 선정됐다.

나보이 자유경제구역 관계자는 "외부에서도 우즈베키스탄과 나보이에 대한 잠재력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영업과 마케팅 등 물량 개발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면 충분히 유라시아 대륙의 물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Big Change] 인천공항급 화물터미널 앞세워 유라시아 물류 허브로 성장
지난 2009년 지정된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자유경제구역(FEZ) 전경. 정문에서 이어진 대로변 끝은 여전히 기업이 입주를 하지 않아 공터로 남아 있다.

■한국 경제특구를 모델로

나보이 자유경제구역은 한국의 경제특구를 모델로 만들었다. 기획 단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컨설팅을 해줬다. 이후 2015년에도 KDI가 나보이에 대한 연구과제를 수행한 바 있다. 입주기업 중 5분의 1 정도가 한국 기업이기도 하다.

나보이공항과 화물터미널, 배후단지 등은 대한항공이 운영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물류전문기업 ㈜한진도 현지에서 트럭 물류회사인 유라시아 로지스틱스(ELS)를 합작회사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나보이 자유경제구역을 만들 당시에만 해도 우즈베키스탄에는 화물기도 제대로 없었다"며 "대한항공이 나보이국제공항에 지어놓은 화물터미널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유일하고, 인천공항급으로 현대화돼 시설·규모 면에서도 중앙아시아 '넘버 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나보이 자유경제구역은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항공물류와 육상물류가 만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나보이에서는 한국부터 유럽까지 유라시아 중요지역을 비행기로 7시간 내에 갈 수 있고, 도로와 철도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철도와 도로, 항공물류로 '이중내륙국(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적어도 다른 두 나라를 지나가야 하는 나라)'이라는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게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전략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