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아파트서 스포사 휘트니스 운영
류현진, 이승현 등 프로 스포츠 선수 트레이닝
8월9일 성수동서 퀄핏(Qolfit)로 새로운 출발
스포사 김병곤대표
'남자는 비거리다'
수 년전 우리나라 남성 골퍼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면서 대박을 터뜨렸던 모 골프 용품사의 광고 카피다. 남성의 자존심을 교묘히 파고든 이 광고 카피 하나로 해당 업체의 드라이버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 업체의 센세이셔널한 광고 카피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비거리에 죽고 사는 남성 골퍼들의 골프 습관과 소비성향을 제대로 간파해 탄생했던 것이다. 즉 비거리 감소 원인을 자기 자신이 아닌 장비에서 찾는 습성 말이다.
현장을 돌아 다니면서 또래의 중년의 골퍼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다름 아닌 "날이 갈수록 비거리가 줄어 드는데 그 속도를 더디게 하거나 아예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것이다. 그 보다 더 뻔뻔한 경우는 대놓고 "비거리를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뭐냐"는 질문이다. 왜 뻔뻔하느냐면 십중팔구는 장비를 바꾸는 것 말고는 스스로 노력하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몸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그러한 도움을 주는 직업이 있다. 다름아닌 건강운동관리사(일명 선수 트레이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국가 자격증 소지자로 직업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의 체력증진과 재활에 없어서는 안될 신종 직업이다. 한 마디로 현대인들의 삶의 질을 높혀주는 '길라잡이'인 셈이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 아파트 상가에 자리잡은 스포사 피트니스 김병곤(47) 대표는 그 직종의 1세대다.
한국체육대학원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이학박사인 김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간 프로 야구단 LG트윈스 재활 및 컨디셔닝 트레이너로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WBC야구 대표팀 트레이너를 역임하는 등 주로 야구계에서 활동했다. 현재 수원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 겸임교수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사)대한건강운동관리사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한 마디로 이 분야의 개척자로서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2016년에는 한국 중고등학교 골프연맹 이사로 재직하면서 주니어 골프 꿈나무들의 체력증진에도 고민하고 있다.
스트레칭으로 체형을 교정해주고 있는 김병곤대표(사진 뒤)
김대표가 스포사를 오픈한 것은 2011년 프로야구 시즌을 마치자마자였다. 그는 "팀 생활을 하다보니 팀에서 오랫동안 일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역량을 펼치려면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오픈하게 됐다"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다시말해 주도적으로 일하기 위해 독립을 선언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음이 입증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픈 이후 지난 7년간 그의 손길을 거친 선수의 면면을 보면 그것은 충분히 가늠되고 남는다.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투수 류현진(31)을 비롯해 넥센 히어로스의 박병호(32),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30) 등이 김대표의 재활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이다. 최근 들어서는 두산 베어즈 포수 양의지(31)와 야수 김재호(33), LG트윈스 야수 이형종(29) 등이 김대표의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골프 선수는 KLPGA투어서 활동중인 이승현(27·NH투자증권)과 정혜진(31), 최혜용(28·메디힐), 그리고 미국프로골프 2부인 웹닷컴투어서 활동중인 박성준(32) 등이 트레이닝을 받았거나 현재도 받고 있다. 그중에서 올해로 4년째 김대표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최혜용은 2부투어서 활동중일 때 김대표를 처음 만났다. 전체적으로 체력이 좋아져 1부투어 재진입에 성공, 역동적인 투어 활동을 하고 있다.
김대표는 골프 구력이 10년이나 되지만 아직도 핸디캡은 애버리지다. 체력만큼은 왠만한 프로골퍼 못지 않지만 연습량 부족이 핸디를 못 줄이는 원인이다. 하지만 균형, 근력, 유연성, 파워 등 이른바 '골프 피지컬'에 관한한 국내 최고 권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 일부 정형외과 의사들의 '골프는 척추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원리만 놓고 본다면 맞는 말이다"며 "하지만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 릴랙스 등을 감안하면 정서적으로 훨씬 효과가 더 크다. 따라서 평소에 스트레칭만 습관화 되어도 리스크가 크게 줄어 부상 위험에 대한 공포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 회원의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중견 기업 회장인 그 회원은 '가능하면 늦은 나이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 달라. 1주일에 1~2회 정도 골프를 칠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간곡하게 주문을 했다는 것. 그래서 프로그램을 잘 따르겠다는 다짐을 받고 열과 성을 다해 트레이닝을 해주었다. 그 결과 그 회원은 아무 부상없이 그야말로 즐거운 라운드의 진수를 만끽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로 4년째 스포사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있는 KLPGA투어 소속 최혜용. 최프로는 2부투어서 활동할 당시 김병곤대표를 만나 트레이닝을 받은 뒤 단점으로 지적됐던 체력이 좋아져 1부투어 재진입에 성공했다.
김대표는 우리나라 남성 골퍼들의 비거리 지상주의에 대해서도 한 마디 충고를 한다. 두 말할 나위없이 비거리는 파워와 비례한다. 다시말해 강력한 파워에서 충분한 비거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 남성 골퍼들은 파워는 만들지 않고서 비거리 욕심부터 낸다. 한 마디로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꼴이다. 그러니 부상이 잦을 수 밖에 없다.
김대표는 골프에서 파워를 만들어 낼 때 신체 분절의 움직임 순서를 지키며 트레이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한 마디로 프로세스가 중요하는 얘기다. 움직임의 순서를 정확히 지켜 최적의 효율성이 만들어질 때 파워는 극대화된다. 좋은 운동의 순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관절과 허리(코어)의 역할을 각각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고관절은 회전운동(가동성)을 최대 범위로 만들어 내고, 다음에 허리의 근력 강화(안정성) 트레이닝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게 훈련해야 한다는 게 김대표의 이론이다. 그는 그렇게만 해도 최소 20야드 비거리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김대표는 골프는 편측운동이어서 라운드 전은 말할 것도 없고 라운드 이후에도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많은 골퍼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캐디들이 주도하는 사전 스트레칭마저 건너 뛴다. 그럴진대 라운드 후 스트레칭은 생각조차 하겠는가. 김대표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리는 부상을 예방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직업 선수와 일반인의 트레이닝은 얼핏 봐서 비슷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직업 선수는 좀더 섬세하고 디테일한 반면 일반인은 퍼포먼스가 극대화 되지 않아 직업 선수에 비해 다소 러프하다는 것. 세밀함과 파워가 덜해서다. 이는 운동량과 강도가 직업 선수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기본적인 체력 조건이 다른 게 원인이다. 그러니 직업 선수와 일반인은 트레이닝 방법도 달라야 한다.
그런데 더러 일반인이 직업 선수처럼 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피지컬이 직업 선수 못지 않게 좋은 경우다. 이들은 십중팔구 직업 선수를 흉내내려고 한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평균 250m인 30대 후반의 한 남성 회원도 그런 경우다. 그는 원래 250m였는데 2~3년 사이에 230m로 비거리가 줄어 들었다며 좀 더 거리내고 싶다고 김대표의 피티를 원했다.
김병곤대표는 그 회원의 고민이 십분 이해가 갔다고 했다. 왜냐면 그 정도의 비거리를 낸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유연성과 근력이 좋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그 회원처럼 비거리가 출중했다 갑자기 떨어진 경우는 유연성과 근력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그것만 바로 잡아 주면 비거리는 이전과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비거리가 떨어지거나 비거리를 좀 더 내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근력이 좋아야 한다.
스포사는 국민 건강을 위해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이른바 '홈프로그램'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김대표는 "골퍼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은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다. 우리나라 골퍼들은 유연성과 근력 부족을 장비나 기술적인 것으로 커버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어깨나 고관절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코어를 중심으로한 복부의 근력 강화 운동, 즉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해 주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이것은 집에서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운동이다"고 조언한다.
스포사의 최대 강점은 일대일 트레이닝이다.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의 작은 문제점도 쪽집게 처럼 찾아내 트레이닝 시킨다. 본격적 트레이닝에 앞서 전체적인 몸 스크린을 통해 위크 포인트와 장점을 찾아 그것을 운동 프로그램으로 조합한다. 한 마디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트레이닝하는 것이다. 그만큼 효율적 운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 스포사가 오는 8월9일 성수동으로 이사한다. 내친 김에 이름도 스포사에서 '콜핏(Qolfit)'으로 바뀐다. 김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한 삶 길라잡이가 되기 위해서"라고 짧게 그 배경을 설명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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