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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 출혈 무조건 치질 아냐, 검붉은 혈변 대장암 신호

항문 출혈 무조건 치질 아냐, 검붉은 혈변 대장암 신호


최근 10여년 사이 한국인에서 부쩍 발생률이 높아진 대장암은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암 중 하나다. 주요 증상이 변비나 치질 등 비교적 덜 위험한 대장항문질환과 비슷해서다. 대변을 보고 뒤처리를 할 때 휴지에 피가 묻거나 혈변이 나오면 단순한 피로 누적이나 치질로 생각하기 쉽지만 대장암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항문엔 동맥과 정맥이 직접 연결되는 동정맥루가 많다. 이로 인해 치질이 발병하면 동맥피의 색인 선홍색 출혈이 관찰된다. 출혈 부위가 항문에서 멀어질수록, 내부 장기쪽으로 깊어질수록 혈색이 선홍색으로 검붉은색으로 변한다.

혈변 색깔이 선홍색이 아니라 검붉고, 연필처럼 긴 변이 나오며, 복통·피로감·변비·설사 등 증상이 1개월가량 지속되면 대장내시경검사로 대장암 여부를 진단해보는 게 좋다.

성인 3명 중 1명 꼴로 발견되는 대장용종은 대장암 전 단계로 대장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장 안쪽으로 돌출된 상태다. 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종양성 용종(선종성 용종·유암종·악성용종)과 암이 될 가능성이 낮은 비선종성 용종으로 구분된다.

이 중 선종성 용종은 초기에는 양성종양의 형태를 띤다. 시간이 지나면 일부가 점차 악성화되는 세포가 늘면서 악성종양, 즉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미리 제거해야 한다. 양형규 서울양병원장은 "2~3㎜의 작은 선종성 용종이 암으로 진행되기까지는 7~9년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며 "용종 크기가 2㎝ 이상이면 용종 속에 암세포가 들어 있을 확률이 30~40%로 높지만 1~2㎝이면 16.7%, 1㎝ 이하이면 6% 미만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대장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1~4기로 분류된다. 1기는 암이 대장벽 안쪽에 머물러 있는 단계, 2기는 암이 대장벽을 뚫었으나 림프절 전이가 일어나지 않은 단계다. 3기는 림프절 전이가 관찰되고 재발 위험이 높다. 대장암이 복막, 간, 폐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4기로 본다.

양형규 원장은 "대장암이 발견되는 평균 나이가 56.8세이므로 50세부터는 적어도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며 "대장암은 조기진단 시 완치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생존율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에서 선별검사로 실시하는 분변잠혈검사는 대장암 여부를 파악하는 데 도움된다. 이 검사는 대변에 혈액이 섞였는지 알아보는 과정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간단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 중 65%는 이상이 없으며 30%에서 대장용종, 나머지 3~5%에서 대장암이 발견된다.

반대로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므로 1년에 한 번씩 검사받는 게 좋다. 분변잠혈검사에서 잠혈이 검출되면 대장내시경검사를 추가로 실시해 암을 확진해야 한다.

대장암의 주요 진단 및 치료법은 대장내시경은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넣어 대장 내부와 대장과 인접한 소장의 말단 부위를 관찰한다. 여러 검사법 중 대장암과 전 단계인 대장용종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적합하고 용종 발견시 바로 제거할 수 있어 현재 병·의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보편화된 위내시경과 달리 대장내시경은 검사 전 관장약 복용에 부담감을 가져 여전히 많은 사람이 검사를 꺼린다. 서울양병원이 2009~2010년 2년간 분변잠혈반응검사에서 혈변 판정을 받고도 2차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지 않은 965명을 대상으로 이유를 조사한 결과 357명(37%)이 '대장내시경이 힘들고 두려워서'라고 답변했으며, 특히 관장약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장약 복용은 검사를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다. 검사 전 대장을 깨끗하게 비우려면 3ℓ 용량의 대장정결제(폴리에틸렌글리콜 용액)를 복용해야 한다. 10~15분 간격으로 250㏄ 정도씩 나눠 마시면 된다. 마시는 중간에 통을 흔들어 용액을 섞는 것도 중요하다. 장정결제를 절반 정도 마시면 변이 나오기 시작하며, 마지막까지 남기지 않고 마셔야 한다. 용액에 전해질 보충제가 함유돼 환자가 설사로 인한 탈수 현상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또 검사가 오전에 예정돼 있다면 전날 저녁은 죽으로 가벼운 식사를 하고 검사가 끝날 때까지 물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는 정결제를 350㏄만 먹고 대신 물을 2ℓ 마시는 방법도 있다.

대장용종과 조기 대장암은 개복수술 없이 내시경을 이용한 복강경수술로 개선할 수 있다. 서울양병원 대장암센터는 대장암 환자의 90% 이상을 복강경수술로 치료하고 있다. 이 치료법은 배 안에 카메라와 특수기구를 삽입해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종양을 떼어낸다.
피부를 20㎝ 이상 절개해야 하는 개복수술과 달리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수술 합병증인 장유착과 장폐색 위험도 낮은 편이다.

서울양병원은 한해 5만여건에 이르는 위·대장내시경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5차 대장암 적정성평가에서 최우수인 1등급을 받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