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거주 NO
사실상 독립해야 하는데 전세·월세 살며 세대분리.. 20대 무주택세대주만 해당
30대 사회 초년생도 NO
최근 졸업·취업 늦는데… 하반기엔 34세 이하 완화
소득 3000만원 이상 NO
애매한 수입 직장인 많아 은행도 "대상자 거의 없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창구에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기존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청약 기능을 유지하면서 10년간 연 최대 3.3%의 금리와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출시했다. 연합뉴스
#. 20대인 A씨는 청년계층의 내집마련을 돕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나왔다는 소식에 폭염의 날씨에도 은행을 찾았지만 헛걸음이었다. 연소득 3000만원 이하에 나이 조건까지 갖췄지만 '무주택세대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A씨는 "독립을 위한 자금을 모으려고 했다"면서 "20대 중 무주택세대주는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주거취약층인 20대를 위해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상품이 청약 기능과 소득공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 3.3%의 높은 예금이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까지 제공하고 기존 청약저축 가입자도 조건이 맞으면 전환이 가능해 가입 문의도 늘고 있다.
하지만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A씨처럼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근로소득이 3000만원을 넘으면 안되며 무주택세대주 조건을 맞추려면 부모님과 같이 살아도 안된다. 때문에 각 은행에서 관련 상담은 많지만 가입자는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5일 주거복지 로드맵 및 신혼부부·청년주거 지원방안의 후속조치로 저소득·무주택 청년의 주택 구입 및 임차자금 마련 지원을 위해 재형 기능을 강화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가입대상은 '만 19세 이상~29세 이하'의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세대주다. 국토부는 당시 근로소득자 외에 사업·기타소득이 있는 사람은 물론 프리랜서, 학습지 교사 등도 가입할 수 있다며 대상자를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서 전제로 하는 '청년' 범위에 들기 위한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우선 나이는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로 20대에 한정됐다. 발표 당시에도 졸업 및 취업 시기가 늦어져 3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도 많다는 점은 지적됐다. 이 부분은 하반기 세법 개정에 따라 청년 범위가 만 19세 이상에서 만 34세 이하로 규정됨에 따라 연령이 확대됐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만 34세 이하도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소득이 3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사실상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으로 소득이 낮은 청년들을 우선 배려한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무주택세대주 조건이다.
세대주가 되려면 사실상 '독립'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거주할 경우 경제 상황에 관계 없이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 가입할 수 없다. 국토부가 지원하는 청년은 '전세 혹은 월세로 살면서 전입신고를 통해 세대주로 세대분리를 마친 20대'만 해당되는 것이다. 이는 청약가점을 계산할 때 무주택 기간은 청약통장가입자가 만 30세가 되는 날부터 산정하고 있는 상황과도 모순된다.
해당 통장 출시 소식에 반색했던 20대 B씨도 "직장 3년차인데 소득이 3000만원을 갓 넘는 수준이라 가입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부모님의 자산으로 전세금을 마련해 독립한 사람들은 가입자가 되는데, 월세를 내면서도 소득이 애매하게 넘는다고 안된다고 하니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에 인기는 많지만 가입자는 없는 상황이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은행원도 "상품출시 후 많은 고객들이 와서 상담을 받고 있는데 사실상 가입대상자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어떤 상품이든 출시할 때 주타깃층을 설정하는데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의 경우 혼자 살면서 일을 시작했는데 소득은 적어서 주거비용이 부담스러운 20대들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서 "대상자는 7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20대 인구는 약 679만명이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